경찰대 동문회 수사권 독립 재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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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경찰대 동문회가 12·19 대선을 앞두고 또 다시 경찰 수사권 독립을 요구할 움직임을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경찰대 동문회 측은 27일 "최근 경찰의 수사권 독립에 관한 연구팀을 발족했다"고 밝혔다.

동문회 측은 미국·일본·영국·프랑스 등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경찰대 출신 대학교수·연구원 6명으로 팀을 구성, 내년 3월까지 연구 작업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동문회 측은 이를 통해 경찰 수사권 독립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주장하는 연구서를 만들어 적극적인 홍보 활동에 나설 방침이다.

이에 따라 1999년 5월 검찰·경찰 간 대립을 불러오며 파문을 일으켰다 청와대의 자제 지시로 가라앉았던 수사권 독립 논의가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동문회 측은 이 연구에 들어가는 비용을 99년 수사권 파동 당시 경찰대 출신 동문들이 10만∼30만원씩 모금해 조성한 기금(1억2천여만원)에서 투입하기로 했다.

동문회 관계자는 "이 돈은 수사권 파문 당시 동문들이 '반드시 수사권 독립을 이루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모금했던 것"이라며 "참고 기다리면 진전이 있으리라는 기대와 달리 현 정부 임기가 끝나도록 아무 변화가 없어 기금의 취지를 살려 본격적인 수사권 독립 문제를 제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연구서 발간 작업과 별도로 경찰 수사권 독립 취지에 공감하는 학계·법조계·시민단체 인사들과 협의를 통해 대선 후보들에게 입장을 요구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서울지검 강력부에서 피의자 구타사망 사건이 일어난 뒤 경찰 내부에선 수사권 독립 등과 관련한 논의가 퍼지고 있다. 현재 경찰대 동문회 사이트에서는 수사권 독립을 주제로 한 토론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한 경찰 간부는 "검찰이 파견 경찰관을 복귀시킨다고 발표해 기대가 컸으나 파견 인력 1백80여명 중 고작 4분의 1만 돌아왔다"면서 "검찰이 진정으로 거듭날 의지가 있는 것인지 우려하는 시각들이 많다"고 밝혔다.

경찰청의 한 고위 간부는 "이제 검찰이 경찰의 수사권 독립과 검찰 파견 수사관 복귀 문제 등에 대해 스스로 답을 내놓을 때가 됐다"면서 "검찰이 위기상황임을 고려해 경찰이 직접적으로 요구하지는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강주안 기자

joo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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