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 그냥 마신다" 서울시민 1.2% 불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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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서울시민 10명 중 8명이 수돗물에서 녹물 등의 이물질을 목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서울시 수질평가위원회 2002 심포지엄에서 아주대 예방의학교실 장재연(張栽然)교수가 발표한 '수돗물에 대한 신뢰도'조사 자료에 따르면 시민의 43.7%가 "수돗물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으며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대답은 20%에 불과했다. 설문조사는 아파트나 단독·연립주택에 거주하는 서울시민 1천1백8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이 중 시가 권장하는대로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는 비율은 1.2%에 불과했으며 끓여 마시는 비율은 60.4%, 전혀 마시지 않는 시민들도 14.1%나 됐다. 가구소득이 많을수록, 연령이 높을수록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지 않고 정수 처리해 마시는 비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각 가정의 저수조나 옥상수조, 급수관의 관리 소홀에 따른 2차 오염을 수돗물을 불신하게 만드는 주원인으로 꼽았다. 연구진의 조사 결과 콘크리트로 된 지하저수조는 벽면의 칠이 벗겨지면서 수돗물 오염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었고 스테인리스스틸 저수조는 용접부에서 녹이 발생하기도 했다.

또 단독주택이나 다세대주택 옥상에 있는 강화플라스틱 저수조는 뚜껑 틈새로 이물질이 유입될 수 있는 데다 햇볕이 투과해 미생물 서식에 알맞은 온도가 되고 있어 수질오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 환경공학과 최승일(崔勝一)교수는 "저수조나 옥상수조의 설치·청소·관리에 대한 종합적인 조례를 조속히 제정,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는 수돗물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이 생산관리를 맡고 있는 서울시나 정부기관에 대한 일반적인 불신 때문에 더욱 커진 것으로 드러나 서울시가 수돗물 안전성에 대한 적극적인 대시민 홍보를 벌이기로 했다.

최재범(崔在範)행정2부시장은 "1천6백㎞에 달하는 낡은 배관을 2005년까지 완전 교체하고 물탱크를 거치지 않는 직접 급수방식으로 전환할 방침"이라며 "아울러 각 가정 내 노후 상수도관을 교체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무이자 융자하는 등 수질개선사업을 꾸준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필규 기자

phil9@joongang. 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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