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아침책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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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나는 이 세상을 떠나고 싶지 않다. …나는 내가 믿고 있는 것을 위하여 1년 동안 싸워온 셈이다. 만일 여기서 우리가 이기게 되면 모든 곳에서 이기게 될 것이다. 이 세상은 아름다운 곳이며, 그렇기 때문에 투쟁한 보람이 있었다. 나는 정말 이 세상을 떠나는 게 싫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어니스트 헤밍웨이)

동지들도 마리아도 다 떠나버린 뒤, 부상당한 로버트 조던 혼자 나무둥치에 등을 기댄 채 푸른 산비탈을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저 아래 신작로에는 군용 트럭들이 도착해 있습니다. 조금 뒤면 적들이 공격해올 것입니다. 소설을 읽은 사람이나 영화를 본 사람이나 감동에 복받쳤던 마지막 장면입니다. '내가 믿고 있는 것'을 위하여 이 한 몸 던질 수 있는 용기의 숭고함. 우리에게도 대의와 신념을 위해 헌신했던 열정의 연대가 있었습니다.

김석희<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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