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기업인도 알 카에다 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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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미국 주재 사우디아라비아 대사 부인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우디 청년 2명이 9·11 테러범을 도왔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이어 이번에는 사우디 왕실과 관계를 맺고 있는 사우디 사업가들이 테러조직 알 카에다를 지원했다는 의혹이 터져나왔다.

미 ABC 방송은 25일 "중앙정보국(CIA)이 알 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에게 수백만달러를 보내준 혐의를 받고 있는 저명한 사우디아라비아 사업가 12명의 명단을 확보하고 이들의 송금 내역을 조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들 중 한 명은 은행·화학·다이아몬드·부동산 사업으로 큰 돈을 모은 야신 알 카디라고 방송은 전했다.

방송은 "이들은 사우디아라비아 왕가와 사업상 또는 개인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면서 "수사 당국이 연말까지 이들을 범죄 혐의로 수배할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워싱턴 포스트는 26일 "이 문제를 다루는 국가안보회의(NSC) 팀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사우디아라비아로 하여금 90일 이내에 이들 테러자금 지원자를 단속하도록 촉구하는 건의를 올렸다"고 소개했다. 포스트는 "이들은 만약 사우디아라비아가 움직이지 않으면 미국이 일방적으로 조치를 취할 것을 천명하도록 건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악재가 꼬리를 물면서 미·사우디아라비아 관계 위기론과 사우디아라비아 경계론이 미국에서 높아지고 있다. 상원 정보위원회의 리처드 셀비 부위원장(공화·알래스카)은 "사우디아라비아 왕실 사람들이나 왕실과 가까운 많은 이들이 일부러 또는 자신도 모르게 테러리스트들을 지원해 온 게 아니냐는 우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조셉 리버먼(민주·코네티컷)상원의원은 "미·사우디아라비아 관계가 위기 단계에 있다"면서 "사우디아라비아 당국은 알 카에다를 지원하는 자국민을 소탕하는 노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jin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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