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씨 형제가 전자상거래 수출 사업에 뛰어든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06년까지만 해도 형 종탁씨는 토목감리회사에, 동생 종호씨는 보험회사에 다녔다. 그런데 목돈 욕심이 화를 불렀다. 형제가 나란히 주식 투자를 했다가 실패한 것이다. “2억원의 빚을 지고 한때 죽음도 생각했어요. 근데 내가 죽으면 형은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회사를 그만둔 형제에게 기억이 하나 떠올랐다. 2004년 부모님이 수확한 토마토가 팔리지 않자 국내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옥션에 내놨는데 100여 상자가 순식간에 다 팔렸던 것이다. 형제는 “공장도 사무실도 없는 우리가 해볼 만한 사업”이라고 뜻을 모았다. 금방 익어버리는 토마토 대신 옷을 팔아보기로 했다. 2006년 여름부터 서울 동대문시장에서 청바지 몇 장씩을 떼어다 팔았다. 형제가 사는 충남 연기군에서 동대문까지 오가는 차비도 못 건졌다. 변화가 필요했다. 중국에서 한국인이 경영하는 의류 공장을 찾아내 무작정 코트를 주문했다. 원가 1만8000원짜리를 2만9800원에 옥션에서 팔았다. 하루에 900벌씩, 주문이 폭주했다. 성공이었다.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이베이에 눈을 돌리게 된 건 재고 처리 때문이었다. 2007년 겨울에 주문 실수로 코트 1000여 장이 남았다. 다음해 여름 형제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이베이에 코트를 내놨다. 이베이는 전 세계 200여 개국 2억여 명이 이용한다. 처음엔 일주일에 한 장 팔리던 것이 하루 한 장으로 늘어났고, 얼마 안 가 하루 열 장으로 늘어났다. 당시 겨울이던 호주에서 코트를 구입했던 것이다. 형제는 국내 판매를 접고 이베이 판매에 집중했다. 오프라인 수출 사업에 비해 온라인은 장점이 많았다. 현지에서 힘들게 유통 채널을 뚫을 필요가 없었다. 매장을 열고 사람을 고용하는 비용도 들지 않았다. 회사가 수십억원대 매출을 올릴 정도로 성장한 지금도 사무실 하나에 직원은 19명뿐이다.
김진경 기자 handtomout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