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 오세훈 시장 ‘서울광장 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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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 허가제 → 신고제로 고쳐
‘집회 허용’ 조례 개정안 통과
오 시장은 재의 요청할 방침

서울시의회는 13일 본회의를 열고 서울광장에서의 집회·시위를 허용하고, 허가제인 광장 사용을 신고제로 바꾼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에 반발해 재의(再議)를 요구하기로 했다.

서울광장은 2004년 5월 개장한 이후 여가선용과 문화행사 등의 목적으로만 사용이 허용됐다. 하지만 개정안은 그동안 금지돼 왔던 집회와 시위를 열 수 있도록 바꿨다. 이와 함께 서울시장이 사용신청을 받아 광장조성 목적에 위배되는지 검토해 허가하던 것을 신청자가 신고만 하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개정안은 신고자의 사용신청 일정이 겹칠 경우에는 공무원 3명을 포함해 학계·시민단체 대표 등 15명으로 구성된 광장운영시민위원회가 심사해 사용자를 결정하도록 했다. 그리고 광장운영위원회의 운영위원 15명 중 시장이 임명하던 10명을 시의회 의장이 추천하도록 변경했다. 사실상 시의회가 추천한 인사들로 꾸려진 운영위원회가 서울광장 사용자를 결정하도록 한 것이다. 이에 대해 강철원 서울시 정무조정실장은 “서울광장에서 집회가 허용되면 특정 세력이 독점할 우려가 높아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없다”며 “개정안이 서울시로 이송되는 대로 오세훈 시장이 재의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가 재의를 요청할 경우 시의회는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의 찬성으로 개정안을 최종 확정하게 된다. 현재 민주당 소속 시의원이 전체 의석(114석)의 3분의 2가 넘는 79석을 차지하고 있다. 서울시는 재의결된 조례안이 상위법에 위배된다고 판단될 경우 대법원에 소송을 낼 수 있다.

유길준 서울시 총무과장은 “개정된 조례안은 상위법인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이 법 제20조에 따르면 도로·하천 등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공유재산을 사용하려는 사람은 행정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한편 서울시의회는 시의 조직을 1실 5본부 8국에서 1실 8본부 5국으로 바꾸는 내용의 ‘서울시 행정기구 설치 조례’ 개정안을 부결시켰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조직을 현행대로 유지하거나 새 개정안을 만들어 시의회의 의결을 받아야 해 시정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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