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여성]한국 여성科技人 현주소 : 연구인력 18만명… 여성은 11% 불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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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5면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지난 10월 12명의 박사급 연구원을 뽑았다. 모두 남성이었다.

총 응시자는 1백2명이었지만 그 중 여성은 1명에 불과한 데다 뽑는 분야가 달라 탈락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도 올해 부정기적으로 15명의 박사급 연구원을 뽑았으나 이중 여성은 3명에 불과했다.

두 연구원의 인사 관계자들은 "해당 연구분야에 합당한 여성 연구인력을 찾기 어려웠다"며 여성인력을 많이 뽑지 못하는 고충을 털어놨다. 우리나라의 여성 과학자들이 제대로 육성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의 일면이다. 이공계 대학과 대학원에서 여성을 많이 배출은 하고 있지만 이공계 현장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2002년 이공계 학위 취득자 중 여성은 학사 8만5천여명으로 전체의 28.1%, 석사는 1만7천여명으로 17.9%, 박사는 2천5백여명으로 11.3%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연구개발 인력 18만명 중 여성은 1만9천여명으로 전체의 11.1%에 불과하다. 그만큼 사장되는 여성인력이 많은 것이다.

또 여성 과학기술인들의 상당수는 하위직급에 몰려 있다. 상위 직급으로 갈수록 여성의 비율은 극히 미미하다. 21개 과학기술 관련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책임연구원 중 여성의 비율은 2.8%, 민간기업 연구소의 수석연구원급은 0.7%에 불과하다.

이런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인하대 화공생명공학부 최순자 교수는 지난 8일 세계과학의날 세미나에서 "이공계 대학·대학원에서 여성을 연구소의 연구 현장으로 진출하도록 유도할 장려책이 절대 부족하고, 이공학 전문직으로 갈수록 남성을 선호하는 사회 구조"탓이라고 그 원인을 분석했다.

현 정부는 뿌리 깊은 남성 선호 풍조를 개선하기 위해 '여성 채용 목표제''이공계 여성 진출 프로그램(WISE)'을 시행하고 있기는 하다. 또 과학기술부가 '여성 과학기술인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여성채용 목표제의 경우 국공립대학이나 정부출연 연구기관 연구원 중 여성의 비율을 정해 달성하도록 하는 것이다.

올해 말 목표는 10%다. WISE는 여학생들의 이공계 지원을 늘리고, 사회에도 역시 같은 계통으로 진출하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나 프로그램들이 아직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해 성과가 크지 않다. 충분한 준비나 지원체계 없이 시작부터 해놓고 본 데다 시행 기간도 짧기 때문이다.

과학기술부 기초과학인력국 박영일 국장은 "정부는 여학생의 이공계 진출에서부터 재취업 교육, 승진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에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 여성과학자를 육성할 계획"이라고 대책을 밝혔다.

박방주 기자

b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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