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점]14兆 시장… 이마트 독주에 4社 추격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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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6면

우리나라 유통산업 재편을 주도해온 할인점 시장이 급속히 커지고 있다. 1999년 7조6천억원에서 2001년 14조원으로 3년새 무려 두 배로 커졌다. 올들어선 3분기 현재 백화점 시장을 앞질러 국내 최대의 소매업태로 부상했다. 1999년만 해도 백화점의 절반 수준(57%)에 불과했음을 감안하면 엄청난 성장세다.

할인점시장의 급성장은 1996년 유통시장 개방 덕분이 크다. 이 무렵 외국계 할인점들이 본격 진출했고, 이에 질세라 롯데·신세계 등 국내 유통 전문 대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현재까지 상황으로 보면 국내 업체들의 판정승이다.신세계의 이마트가 단연 선두를 달리고 있고, 롯데쇼핑의 롯데마트와 합작사인 삼성테스코의 홈플러스가 2∼3위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유통 그룹인 월마트와 까르푸의 국내 현지법인들이 그 다음을 차지하고 있다. 5개 업체의 시장점유율은 71.2%(2001년 기준)나 된다.

1위인 이마트는 점포수와 매출액 등 외형 측면은 물론 영업효율성 면에서도 다른 업체들을 앞지르고 있다. 가령 매출액 영업이익률의 경우 이마트는 6.5%인데 비해, 다른 4개업체들은 2% 미만으로 이마트의 경쟁 우위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나머지 4개업체들끼리는 경쟁이 치열해 순위가 바뀔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의 경우 롯데마트와 홈플러스가 까르푸의 매출액을 앞질러 2위권으로 부상했다. 또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도 지난해는 롯데마트가 근소한 차이로 2위를 차지했지만 올해는 점포당 매출액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는 홈플러스가 2위로 올라설 것같다. 게다가 월마트와 까르푸등 외국계 할인점이 아직 상대적으로 저조한 실적이지만, 풍부한 자금력과 해외 경험 등을 고려할 때 향후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단시일 내 경쟁판도를 바꿔놓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할인점 시장이 포화상태에 근접해 있다는 점도 시장판도의 변화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이론적으론 인구 15만∼20만명당 대형할인점 1개점 수준이 적정 점포수. 그런데 9월 말 현재 국내 대형할인점 점포수가 2백24개로 시장개척 여지가 많지 않은데도 상위권 업체들은 공격적인 출점 전략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상욱 한국신용정보 책임연구원

swpark@nice.co.kr

본지는 국내 3대 신용평가회사 중 하나인 한국신용정보(사장 강석인)와 공동으로 국내 각 산업의 시장점유율을 분석하는 기획물을 신설합니다. 한국신용정보는 회사채 등 유가증권의 신용등급 평가는 물론 기업·산업 분석에도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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