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사설·전문가 이야기 부시"내겐 소음일 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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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신문 사설? 읽지 않는다. 방송에서 전문가란 사람들이 떠드는 것도 안 듣는다. 내겐 소음일 뿐이다. "

"대통령이란 직업이 좋은 게, 내가 뭔가 말했을 때 그 이유를 설명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거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나에게 말할 때 이유를 대야 한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권력관과 언론관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워터게이트 사건 특종기자인 밥 우드워드 워싱턴 포스트 부국장과 지난 1년간 매번 서너 시간씩 세 차례 가진 인터뷰를 통해서다. 우드워드 부국장은 이 인터뷰를 『전쟁 중의 부시(Bush at War)』란 책으로 엮어 19일 출간하면서 그 중 하이라이트를 이 날짜 워싱턴 포스트지에 소개했다.

부시 대통령은 "세계의 리더인 미국은 무력사용에 대해 모든 사람들의 동의를 얻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이라크와 북한에 강경한 입장을 취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김정일을 쓰러뜨리려면 재정적 부담이 엄청나기 때문에 너무 빨리 움직여서는 안된다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누가 신경 쓰나. 이건 자유와 인간조건을 걱정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다. "그는 인터뷰 도중 부인 로라 여사가 합류하자 "(이 분이) 내게 제발 거친 말 좀 하지 말라고 당부했었다"고 시인했다.

부시 대통령이 9·11테러 용의자인 오사마 빈 라덴의 체포를 지시하면서 '죽여서든 살려서든 잡아와라' 라고 말한 데 대해 로라 여사는 "텍사스 카우보이식의 그런 거친 표현은 피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한편 우드워드 부국장은 책에서 부시 행정부 내에서 온건파를 대변해온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딕 체니 부통령·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등 강경파들이 지나치게 호전적으로 대외정책을 밀어붙이면서 자신을 소외시키는 데 불쾌감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파월 장관은 아미티지 부장관에게 "난 냉장고에 갇힌 우유팩 신세"라고 한탄하면서 "그들(체니·럼즈펠드 등)은 나를 필요로 할 때면 냉장고에서 꺼내고 필요없어지면 다시 처넣곤 한다"고 불평했다는 것이다.

강찬호 기자

stoncold@joongang. 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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