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FA시장 '풍요속의 빈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3면

후보는 늘었으나 대어(大魚)는 없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5일 올해로 시즌 9년째를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15명의 선수 명단을 발표했다. 그러나 올해 FA 시장은 미지근해 보인다.

지난해(8명)보다 두배 정도 늘었으나 대박을 터뜨릴 만한 '월척'은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표 참조>

거물급 선수 자체가 없는 데다 최근 FA를 선언했던 선수들의 부진이 계속되면서 구단들이 거액의 베팅을 할 마음도 별로 없다.

그러나 몇몇 '준척'은 보인다.

현대 포수 박경완은 이번 겨울 연봉협상 줄다리기의 최대 변수다. 2000년 홈런왕 출신으로 공격형 포수의 대명사인 박경완은 소속팀 현대가 재정난에 빠져 잔류 여부가 불투명해 보인다.

특히 과거 쌍방울 시절 연습생 출신의 박경완을 프로 최고의 포수로 키워낸 사부(師父) 조범현씨가 SK 감독으로 부임, 스승을 따라 SK로 옮길지 관심거리다. 일단 SK측은 올해 2억8천만원의 연봉을 받은 박경완의 몸값 부담으로 '영입 포기'를 선언했으나 본격 협상 전 길들이기로 보는 관측도 많다.

두산의 내야수 안경현 역시 최근 일부 구단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내야 포지션을 전천후로 소화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 안경현은 최근 2년간 타율 2할8푼대 이상을 기록한 데다 성실성까지 높게 평가받아 내야가 취약한 구단들이 탐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경현은 올해 주장을 맡겨준 소속팀 두산에 잔류할 의사가 많았으나 막판 분위기에 따라 베팅을 할 가능성도 있다.

이종열(LG)과 박정태(롯데)도 FA를 선언하고 시장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불안한 미래 대신 안전한 보금자리를 택한 선수들도 있다 염종석(롯데)은 소속팀과 4년간 총액 14억1천만원에, 오봉옥(기아) 역시 연봉 1억원에 재계약을 발표하는 등 일찌감치 잔류를 선언했다.

FA 자격은 출장선수로 등록된 뒤 타자는 매년 정규시즌 3분의2 이상 출전하고, 투수는 매년 정규시즌 규정 이닝의 3분의2 이상 투구한 햇수 9년을 채운 선수에게 주어진다.

FA 대상 선수는 22일까지 KBO에 FA 행사 여부를 통보해야 한다. 일단 FA로 공시된 선수가 내년 1월 31일까지 어떤 팀과도 계약하지 못하면 1년간 선수로 뛸 수 없다.

김종문 기자

jmoon@joongang. co. 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