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찾아 발로 뛰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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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서울 서초구 보건소를 들어서면 흰 가운의 여의사가 '건강측정 코너'에 앉아 직접 주민들의 건강상담을 해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가 보건소 소장임을 알아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배은경(裵恩慶·46)서초구 보건소장은 지난해 10월 부임한 뒤 주민들의 건강상담을 도맡아 왔다. 소장 비서실을 없애고 건강상담실로 개조한 이후 찾아오는 환자들이 부쩍 늘었다. 또 보건소 의사 10명과 함께 직접 방문 진료에 나선다.

"소장이 행정 업무만 챙겨서는 안되지요. 직접 진료에 나서야 주민들의 건강을 꼼꼼히 챙길 수 있죠. "

裵소장은 얼마 전 무료 독감 예방접종을 해줄 때 보건소로 찾아오기 힘든 인근 내곡동 '다니엘의 집' 장애인들을 직접 찾아가 2백50명에게 접종을 해주기도 했다. 그래서 보건소 직원들이나 주민들에게 '발로 뛰는 소장'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부임 후 裵소장이 내놓은 아이디어도 다양하다. 보통 구청 직원 생일에 지급해왔던 문화상품권 대신 나눠주는 '내시경 상품권'은 서초구의 명물이 됐다. 보건소와 계약한 개인병원에서 무료로 위·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상품권으로 직원 3명이 조기에 암을 발견해 치료할 수 있었다. 지난 11일부터는 직원들이 사소한 증상이라도 보건소장에게 직접 전화해 상담할 수 있는 '건강상담 핫라인'을 운영 중이다.

김필규 기자

phil9@joongang. 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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