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주도MBC '!느낌표'출판가논쟁>"책읽자는캠페인도서시장 확대 기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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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MBC의 오락프로 '!느낌표'의 책 소개코너 때문에 출판계에 작지 않은 논란이 일고 있다. 한 권의 책을 한달간 집중 소개하는 이 프로그램이 지난 10일로 방영 1년을 맞으면서 현재 각종 베스트셀러 도표의 윗자리는 '!느낌표' 선정도서로 도배되고 있고, 이 때문에 변화하는 시대에 걸맞은 신간을 기획하려는 의지마저 꺾고 있다며 상당수 단행본 출판사들은 아우성이다. 2∼3년 전 나왔던 책들이 베스트셀러로 둔갑하면서 새로운 지식정보를 담을 수 있는 신간의 기획의지와 함께 새 책의 시장진입 기회 자체를 누르고 있다는 이유다. 출판계의 이런 비판적 입장을 대변하는 한국출판인회의 측 논리와 함께 올들어 단행본 출판시장은 오히려 부분적으로 늘었음을 강조하며 출판계의 다양한 마케팅 시도를 촉구하는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의 반론 글을 함께 게재한다.

편집자

최근 몇년 새 대중의 '독서 이탈'은 심각한 수준이다. 예를 들어 중·고생의 절반 이상은 한 달에 단 한 권의 책도읽지 않는다. 또 1997년 말 5천1백70개였던 서점은 지난 6월 말 현재 2천4백10개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신간을 한 권이라도 펴내던 출판사의 수는 1994년에는 2천8백20개사였으나 지난해에는 1천5백49개사에 불과했다. 한 마디로 한국출판은 위기로 치닫고 있다.

이런 상황에 그나마 대중이 책을 가까이 하게 만든 것은 신문과 시민단체 및 방송이었다. 거의 모든 일간지들이 북섹션을 만들어 경쟁적으로 책을 소개해주었으며 시민단체들은 도서관 살리기 등 책 읽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또 책을 멀리하게 만든 주범으로 여겨지던 텔레비전이 책을 말하기 시작했다. 특히 MBC의 '!느낌표'는 오락프로그램이면서 책을 읽자는 캠페인을 벌여 출판시장의 확대에 기여했다.

한 출판물류회사의 올해 10월 말까지 출판사별 평균 출고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6.3%나 증가했다는 게 그 증거다. '!느낌표'에서 소개한 책들의 출고부수를 제외하고도 11.2%나 증가했다. 다른 물류회사의 통계도 대개 이와 비슷했다. 그런데 출판계 일각에서는 '!느낌표'가 독서시장을 왜곡시키고 있기 때문에 출판사의 기획력만으로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낼 수 없어 출판인들 사이에 신간 출간의욕이 떨어지고 좌절감만 팽배해 있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느낌표'에서 소개된 책 중 몇 종은 이미 밀리언셀러의 반열에 올랐으니 그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그런 반응을 보이는 출판사 대표들은 스스로 자사이기주의와 베스트셀러 집착증에 빠져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은 아닐까? 베스트셀러가 아닌 베스트북만을 꾸준히 추구해온 출판사라면 여러 통계가 보여주는 지금의 분위기에서 느낌표에 대해 과연 이렇게 즉각적인 대응을 할까? 오히려 나는 보다 다양한 마케팅 등 출판계의 노력을 요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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