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아침책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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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지조(志操)란 것은 순일한 정신을 지키기 위한 불타는 신념이요, 눈물겨운 정성이며 냉철한 확집이요, 고귀한 투쟁이기까지 하다. …지조가 없는 지도자는 믿을 수 없고, 믿을 수 없는 지도자는 따를 수 없다. 자신의 명리만을 위하여 동지와 지지자와 추종자를 하루아침에 함정에 빠뜨리고 달아나는 지조 없는 지도자의 무절제와 배신 앞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이 실망하였는가. …지조를 지킨다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일임을 아는 까닭에 우리는 지조 있는 지도자를 존경하고 그 인고를 이해할 뿐 아니라, 지조 없는 지도자, 배신하는 변절자들을 개탄하고 연민하며, 그같은 변절의 위기에 직면해 있는 인사들에게 경성(警醒)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지조론』(조지훈, 나남출판)

이 글은 1960년, 3·15 부정선거를 한 달 앞두고 발표되었습니다. 그로부터 강산이 네 번 바뀌었고, 우리는 다시 대통령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있습니다.

김석희<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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