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청년실업 해결의 두 열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4면

이제 노동정책의 중심은 노사관계에서 노동시장 쪽으로 넘어가야 한다. 비정규직이 근로자의 절반을 넘고, 실업이 사회 현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대통령도 연두 기자회견에서 일자리 창출, 경제양극화 해소, 청년실업 해소 등을 국정 우선과제로 꼽았다.

지난해 한국 경제는 극심한 양극화를 경험했다. 수출은 사상 최대의 실적을 냈지만 내수는 심각한 부진을 보였다. 이런 경제가 건강할 수는 없다. 양극화 해소와 동반성장 없이는 고도성장도 의미가 없다.

노동시장의 질적 개선과 선진화는 양극화 해소와 동반성장을 위한 기반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노동시장 선진화를 통해 지속적 성장과 복지국가 건설에 성공했다. 노동시장 선진화란 공공 취업알선 시스템을 완비하고 평생직업능력개발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일자리를 빨리 찾아주고, 변화하는 기술을 가르쳐 실업을 예방한다. 우리나라도 이런 기반을 갖춰야 40만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이다.

지난해 청년실업자 수는 39만명(7.9%)으로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업자를 포함한 구직 애로 청년 수는 66만명으로, 청년 열 명 중 두 명이 일자리를 못 찾은 실정이다. 특히 고졸 이하가 60%를 넘는다. 조기퇴직이 많아지는 현실을 감안할 때 청년실업은 가족의 소득원이 실종된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다. 이른바 부자(父子)백수 가정이 양산되는 것이다.

대졸실업자가 사회 문제로 떠오른 것은 오래 전이다. 대졸실업은 구직자들의 눈높이를 낮추지 않고서는 해결이 쉽지 않은 고질병이다. 그러나 실제 현장 조사를 해보면 대졸실업자보다 고졸 이하의 실업자들이 더 많고, 이들의 실업은 공공 취업알선 시스템을 구축하면 어렵지 않게 풀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청년실업을 고졸 이하 실업문제부터 접근하는 게 효과적인 처방일 수 있다.

상당수 청년들은 이제 어떤 일자리에라도 취업할 각오가 돼 있다. 지난해 10월 전국 청년층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30~100인 미만 중소기업에 취업하기를 원하는 4년제 대졸자가 30%를 넘어섰고, 30인 미만 중소기업 생산직에라도 취업하겠다는 응답자가 27%에 달했다. 예전과는 다른 양상이다. 그러나 아직 고용안정센터를 통한 취업은 1.7%에 불과하다. 취업정보 부족과 제대로 된 직업훈련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중소기업 역시 인력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부천지역 중소기업의 경우 정밀기계를 조작할 수 있는 기능직이 15%나 부족하다. 이 숙련직은 외국인 근로자로 대체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고졸 이하나 대졸 실업자 가운데 중소기업에라도 취업하겠다는 계층을 대상으로 중소기업 숙련직에 적합한 집중적인 직업 훈련을 해나가야 한다. 이것은 청년실업을 해소하고 산업 공동화를 막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다.

청년실업 문제는 올 한해 반짝 집중해서 해소될 성질이 아니다. 대학교육의 공급 과다와 산업수요에 못 따르는 교과과정, 인력개발과 잘못된 산업 육성 등 갖가지 사회문제가 뒤섞인 복합적인 병이다. 노동부 말고도 교육부.산업자원부.중소기업청.재정경제부.보건복지부 등 각 부처가 장기적으로 매달려 복합적인 처방을 내려야 할 문제다. 그래서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40만개 일자리 창출'에만 집착해서는 안 된다. 만약 임시직 40만개를 제공하는 땜질식 처방을 한다면 통증 완화에 그칠 뿐이다. 내년에도 같은 문제가 재발할 것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일자리 20만개를 찾아주는 게 중요하다. 현장에 가 보면 의외로 적은 예산과 간단한 처방으로 청년실업자에게 장기적인 일자리를 찾아줄 수 있는 길이 널려있다. 청년실업자들과 중소기업들의 의식도 이미 크게 바뀌었다. 각 지역에 맞는 고용안정 인프라를 구축하고 직업훈련에 투자를 집중한다면 청년실업 또한 풀지 못할 난제는 아니다.

정인수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