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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70명 사막에 방치한 이스라엘 순례여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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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이스라엘을 방문한 한국 어린이 70여 명이 사막지대인 키부츠(집단농장) 지역에 방치돼 더위와 허기에 시달렸으며 현지인들이 이런 상황을 한국 대사관에 신고하는 소동이 빚어졌다고 이스라엘 신문 마리브(Maariv)가 지난 5일 보도했다.

신문은 ‘한국 미스테리…심야의 불청객’이란 제목 아래 “지난 1일 밤 허기지고 지친 7~9세 한국 어린이들이 10여 명씩 그룹을 지어 하데라 지역의 키부츠에 나타났다”며 “이들은 더위와 허기·갈증에 시달린 끝에 잠잘 곳을 찾기 위해 마을 입구에 모여있었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 어린이들이 ‘준 순례여행(semi-pilgrimage)’을 목적으로 이스라엘을 찾았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들은 요르단을 통해 입국한 뒤 8개 그룹으로 나뉘어 버스를 타고 도착했다”며 “이들은 텐트 등 캠핑용품과 생필품만 지급받은 뒤 ‘어느 키부츠를 찾든 환영받을 것’이란 얘기를 (인솔자들로부터) 들었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이어 “(그러나 숙소를 찾지 못해 헤매던) 아이들을 주민들이 발견해 먹여주고 씻겨준 뒤 이튿날 한국 대사관의 지시에 따라 인근 아슈켈론으로 이동시켰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한국 어린이 9명은 군사기지 인근에서 발견돼 마을 협의회 측이 한국 대사관에 신고했다고 한다. 협의회 관계자는 “어떻게 한국 아이들이 영어나 히브리어를 모르는 인솔자 아래 이곳에 왔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지난달 말 이스라엘로 떠난 이들 어린이는 11일 귀국할 예정이라고 부모들이 본지에 밝혔다. 정부 소식통은 “이들 어린이는 영어나 히브리어를 모르는 인솔자 아래 숙식에 대한 준비 없이 키부츠 지역에 들어가 더위와 허기 속에 헤맨 것으로 안다”며 “이런 상황을 주민들이 우리 대사관에 알려와 선처를 부탁했다”고 전했다.

어린이들이 이용한 글로리아 유라시아 여행사 측은 “우리는 항공편만 끊어줬을 뿐”이라고만 말했다. 초등 4년생 아들을 보낸 아버지 배모씨는 “언론 보도대로라면 상당히 당황스럽다”며 “경험을 쌓기 위해 보낸 건데 다시 생각해봐야겠다”고 본지에 말했다.

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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