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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째 하락 서울 아파트값 어떻게 될까 : 내달 이사철이 등락 고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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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서울지역 아파트 값이 한달째 하락 곡선을 긋고 거래량도 줄고 있다. 지난 2년여 간 상승세에만 익숙한 수요자들은 최근의 약세가 대세 하락인지, 아니면 일시적 조정인지 혼란스럽다고 말한다.

전반적으로 하락세이지만 평형, 재건축대상 또는 일반아파트 등에 따라 하락폭이 다르고 일부 지역에선 되레 값이 올라 지금 집을 팔아야 할지, 사야 할지 쉽게 결정할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일단 이달 말까지 매매값 약세가 지속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겨울 이사 수요가 움직이기 시작하는 12월 이후 시장 흐름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강남권, 재건축이 하락세 주도=최근 서울 아파트값 하락은 정부의 집값 안정대책이 약발을 받으며 투자 수요가 위축된 때문이다. 정부가 9월 4일 양도세·재산세 등 세제와 청약제도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집값 안정대책을 내놓자 세금을 피하기 위한 매물이 쏟아지고 거래가 끊기면서 가격도 떨어지고 있다.

이어 지난달 11일 투기지역 내 양도세 실거래가 과세와 고가주택 기준 강화 등의 추가 대책이 나오면서 하락세를 부채질했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와 부동산시세연구소가 조사한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값 추이를 보면 9월 4일 이후 상승세가 눈에 띄게 둔해지기 시작해 10월 11일부터는 아예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이런 하락세는 재건축대상 아파트가 주도하고 있다. 부동산114 조사를 보면 9·4 대책 이후 첫 주는 재건축대상의 상승률(4.03%)이 일반아파트(2.08%)보다 많이 올랐지만 시장이 본격적으로 반응하기 시작한 9월 셋째주부터 상승률이 급격히 떨어져 10월 들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반면 실수요층이 두터운 일반아파트는 상승폭은 줄었지만 꾸준한 보합세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 서울 반포·개포·잠실 등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한 두 달 새 최고 7천만∼9천만원 곤두박질쳤을 때도 일반 아파트는 거의 변동이 없었다.

텐커뮤니티 정요한 사장은 "1가구 3주택자 및 고가주택 양도세 강화 등이 가수요가 많은 강남권 재건축 투자수요를 잡기 위한 정책이어서 재건축대상이 영향을 많이 받고 있고, 이사철이 7∼8월과 12∼2월로 종전보다 빨라지면서 계절적 비수기로 매매값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역별로도 강북보다 재건축 대상이 많은 강남 지역의 하락폭이 크다. 강남의 경우 10월 25일부터 매매값이 떨어지고 있지만 강북은 9·4 대책 이후 여전히 보합세다.

특히 최근 강북 뉴타운 개발 호재로 강북권 아파트는 오히려 상승세를 탈 조짐이다. 강북 뉴타운 개발이 확정된 지난주 강남·송파구 등 강남권 아파트는 0.25∼0.85% 떨어진 반면, 은평·성북·성동·도봉·노원구 등 강북지역은 0.07∼0.41% 올랐다.

평형별로도 재건축대상이 많은 10∼20평형대 아파트만 10월 18일 이후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 중이고 30평형대 이상은 보합 또는 소폭 상승세다.

아파트 거래량도 줄고 있다. 토지공사에 따르면 3분기 서울지역 아파트 거래량은 5만3천1백2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천여건 줄었다. 3분기 가격 상승률은 9.6%로 지난해 같은 기간(5.2%)의 1.8배인 데도 거래량이 준 것에 대해 부동산시장이 초기 불황 국면에 진입한 증거라고 해석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하락세 언제까지 갈까=LG경제연구원 김성식 연구위원은 "앞으로 아파트 외에 다세대·다가구 주택, 오피스텔 입주 물량까지 합치면 공급과잉을 우려할 수준"이라며 "특히 내년은 홀수 해로 이사수요가 줄어드는 만큼 겨울방학 성수기에도 매매값이 회복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RE멤버스 고종완 사장은 "수능이 끝나면 강남권은 명문학군 이주수요로,강북권은 뉴타운개발 영향으로 12월부터 내년 2월까지 상승분위기가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씨티은행 오석태 이코노미스트도 "국내외 경제가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어서 겨울 이사철에 집값이 추가로 뛸 수 있다"며 "금리를 올리기 전까지는 은행보다 부동산이 여전히 매력적이어서 늘어나는 수요를 잡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품별·지역별 차별화 양상은 두드러질 전망이다. 재건축을 본격 추진 중인 서울 반포저밀도지구와 강북 뉴타운 개발로 들떠 있는 성북·성동·은평구 일대 아파트·분양권 등 재료가 있는 곳은 국지적으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규제가 덜한 주상복합아파트나 오피스텔·상가·토지 등으로 자금이 분산되면서 아파트도 철저히 수익률이 높은 곳에만 몰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유니에셋 이왕범 상무는 "앞으로 2년 정도는 집값이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일 것 같다"며 "집을 매도할 사람은 올 겨울 성수기에, 매수할 사람은 내년 이후로 조금 미루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서미숙 기자

seom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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