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촨지진 때 금 간 바위가 이번 산사태 불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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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산사태로 702명이 숨지고 1042명이 실종된 중국 간쑤성 티베트족자치주 저우취현에서 9일 주민들이 구호품을 받아 들고 진흙탕길을 이동하고 있다. [저우취 AFP=연합뉴스]

중국 간쑤(甘肅)성 간난(甘南) 티베트족 자치주 저우취(舟曲)현에서 8일 발생한 초대형 산사태로 인한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중국 당국이 이 사건의 정치적 여파를 우려해 특단의 대책 마련에 나섰다. 60년래 최악으로 평가되는 이번 산사태로 인명 피해가 워낙 큰 데다, 참사를 초래한 산사태가 2008년 5월 발생한 쓰촨(四川) 대지진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다. 국토자원부 쉬사오스(徐紹史) 부장은 이번 산사태의 원인에 대해 “쓰촨 대지진 당시 이 일대 산들이 크게 흔들리면서 바위들에 금이 생긴 상태에서 가뭄에 이어 폭우가 닥치면서 대형 산사태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소수민족이 집중적으로 거주하는 낙후지역에 대한 재해 대책이 미비했던 것이 드러난 셈이어서 자칫 분리독립을 주장해온 티베트인들의 민족 감정을 자극할 것으로 당국은 우려하고 있다.

중국공산당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겸 당 총서기 주재로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이례적으로 열어 이번 사태의 조기 수습에 나섰다. 관영 신화통신은 10일 폭우와 산사태로 저우취현을 관통하는 바이룽장(白龍江)에 거대한 인공 호수인 언색호(堰塞湖)가 생기면서 상류의 저우취현 일대가 물에 잠겨 702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아직도 1042명이 실종된 가운데 저우취현 일대가 어른 키 높이의 물에 잠겨 있어 시간이 갈수록 사망자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후 주석은 10일 오전에 열린 긴급 정치국 상무위에서 “저우취현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전면적인 구호활동을 전개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소방구조대뿐 아니라 인민해방군·무장경찰·공안·민병(民兵) 등이 대대적인 구호활동에 투입되고 있다.

앞서 산사태가 발생한 8일 현장에 달려간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9일에도 현장을 찾아 다니며 구호 작업을 지휘했다. 그는 현장에서 대책회의를 열고 “실종자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고 독려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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