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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對테러 선제공격" 선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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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모스크바·블라디보스토크 AFP=연합] 러시아 정부는 5일 "러시아는 테러와의 전쟁 과정에서 국경을 초월한 선제 공격을 취할 권리가 있다"고 선언하고 "이에 협조하지 않는 국가에 대해선 관계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체첸 분쟁에 대한 국제사회의 간섭을 최소화하고 강력한 진압작전으로 체첸 문제를 조기에 종결하겠다는 의사로 해석돼 주목된다.

러시아 극동 지역 군 기지를 순방 중인 세르게이 이바노프 러시아 국방장관은 이날 지난달 말 일어난 체첸 반군들의 모스크바 극장 인질극과 관련, "(체첸 반군들이) 우리에게 전쟁을 선포했다"며 "이에 따라 러시아군은 국경도, 전선(戰線)도, 눈에 보이는 적도 없는 전쟁을 수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바노프 장관은 전쟁에서의 승리를 위해 러시아군을 더욱 현대화하는 한편 기동력과 장비 면에서 높은 전투력을 지닌 1백만 병력을 유지해 나갈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이라크가 국제 테러조직인 알 카에다와 연계돼 있다는 미국의 주장에 대해선 "아무런 정보도 갖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블라디미르 우스티노프 러시아 검찰총장도 이날 모스크바를 방문 중인 레네 에스페르센 덴마크 법무장관에게 덴마크가 억류 중인 아흐마드 자카예프 체첸 특사의 신병을 넘겨줄 것을 요구했다. 우스티노프 총장은 "자카예프는 1991년 반군 단체를 결성, 1천여명을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아슬란 마스하도프 체첸 민선 대통령의 특사인 자카예프는 지난달 말 코펜하겐에서 열린 '세계체첸인대회'에 참석했다가 러시아가 발부한 체포 영장에 따라 덴마크 경찰에 체포됐다.

블라디미르 루샤일로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도 이날 그루지야 판키시 계곡에 은신 중인 것으로 알려진 체첸군 지도자 루슬란 겔라예프를 체포해 넘겨줄 것을 그루지야 정부에 촉구했다.

한편 모스크바 극장 인질극 진압 과정에서 희생된 인질의 수가 러시아 정부가 발표한 1백20명보다 훨씬 많은 3백명 이상일 수 있다고 러시아 대중주간지 베르시아가 4일 보도했다. 이 잡지는 러시아 보건 당국자의 말을 인용, "당시 진압부대는 마취제 펜타닐을 사용했다는 정부 발표와 달리 유기인(燐) 성분의 신경가스를 사용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러시아 일간 가제타도 5일 "러시아 당국이 공식 집계한 8백58명의 전체 인질 숫자에서 입원환자 6백64명, 사망자 1백20명을 뺀 74명의 행방이 묘연하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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