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펀드'서버러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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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정부 보유 조흥은행 지분(80.04%)을 사들이기 위해 '인수전쟁'에 참가한 4개 투자자의 명단이 5일 확인됐다.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는 "신한컨소시엄·일본 신세이(新生)은행·대만 푸방(富邦)금융그룹 외에 미국계 벌처 투자펀드인 서버러스(cerberus)가 참여했다"고 확인했다.

◇베일 벗은 투자자=조흥은행 인수전에 참여한 서버러스는 뉴브리지캐피털·칼라일·론스타 등과 같은 국제 투자펀드로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다. 57억달러의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아시아권에서 부실 금융자산을 대량으로 헐값에 인수해왔다.

2000년 10월엔 조흥은행의 부실채권 1조3천8백4억원어치를 약 6천억원에 사들이기도 했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시절 부통령을 지낸 댄 퀘일이 서버러스의 고문(consultant)이자 로비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금융계 관계자는 "댄 퀘일이 조지 W 부시 현 미 대통령의 후광을 업고 대만·필리핀·태국 등지에서 최근 수십억달러의 투자를 성공시켰다"며 "정부로서는 퀘일 전 부통령이 상당히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전했다.

신한지주컨소시엄에는 세계 3위의 은행인 BNP파리바와 미국의 투자펀드 워버그 핀커스가 참여했다.

금융권에서는 2000년 11월 LG카드의 지분 18.9%를 5천2백억원에 인수한 워버그 핀커스가 자금 동원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신세이은행은 1999년 파산한 일본 장기신용은행을 2000년에 인수한 미국계 리플우드홀딩스가 대주주며, 대만의 푸방금융그룹은 지난 8월 타이베이 은행을 23억 달러에 인수했으며 대만에서 두번째로 큰 금융지주회사다.

◇숨막히는 인수전쟁=4개 후보자가 지난달 23일 예비 입찰 때 제시한 인수 조건에 대해 재경부와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입찰 참여자들이 서로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정부로선 유리하다"며 입을 다물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현재까지는 조흥은행의 경영권을 인수하겠다는 신한컨소시엄이 유력해 보인다.

은행 대형화 유도라는 정부 방침에 부합하는 데다, 제일은행의 경험 때문에 외국 펀드에의 매각을 꺼리는 분위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자산 65조원인 신한은행이 조흥은행(자산 64조)과 합병할 경우 1백30조원 규모의 국내 2위 은행으로 급부상하게 된다.

4개 후보자는 지난 달 28일부터 시작된 3주간의 실사를 마친 뒤 최종 입찰 제안서를 낼 예정이다.

정부는 가격이 맞으면 이달 말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조흥은행의 주가가 최고치보다 40% 가량 폭락한 시점이어서 헐값 매각 시비가 일 수 있고, 한나라당이 임기 말에 매각을 서두르는 점을 지적하고 나선 점이 정부로선 부담스러울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결국 가격이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조흥은행에는 2조7천억원의 공적자금이 들어갔다.

장세정 기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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