社·內·커·플 냉정<업무戰線>과 열정<애정戰線> 사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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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6면

보통 직장인들은 아내나 남편과 밤에만 함께 지낸다. 그러나 하루 24시간을 함께 보내는 부부도 있다. 같은 직장을 다니는 한 울타리 안에서 직장 동료이자 부부, 그리고 친구인 사람들이다. 때론 부부가 치열한 경쟁자가 되기도 한다. 가정뿐 아니라 일터까지 공유하고 있는 이들의 관계는 그래서 더욱 돈독해진다. 어떤 이들은 회사의 내규 때문에, 또는 서로 불편한 점이 많아 한 명이 회사를 옮기기도 한다. 인생의 열매가 같은 가지에서 영글고 있는 부부 사원들의 '사는 법'은 남다를 것이다. 이들의 애환을 삼성전자에 근무하는 외국인 부부와 벤처기업에서 동고동락(同苦同樂) 중인 젊은 부부의 눈을 통해 들여다 본다.

NHN의 강인호·박자연 커플은 직원 30여명의 조그만 벤처회사인 한게임에서 2000년 4월 처음 만나 연애를 시작했다. 사실 싸우면서 정이 들었다. 인호씨보다 한 달 늦게 입사했지만 직급이 높은 자연씨가 인호씨 책상을 차지하면서 한동안 신경전을 벌였다는 것이 강씨의 주장이다.

직원이 워낙 적고 가족같은 분위기여서 "영화 한 번 같이 봤더니 소문이 나버렸다"고 한다. 자유스럽고 여성이 많은 데다 팀워크를 필요로 하는 벤처기업의 분위기 때문인지 주변에서 두 사람을 많이 밀어줬다. 이 부부의 소문난 일화 하나. 얼마 전 강씨가 사장 이하 직원들 10여명이 모인 가운데 자신이 기획한 새 게임의 프리젠테이션에 열중하고 있었다. 자신의 PC를 프로젝터로 확대해 설명에 여념이 없는데 갑자기 '메신저'창이 화면에 떴다. 박씨가 '자기야∼'라고 메시지를 날린 것. 물론 박씨는 남편이 사장님 앞에서 프리젠테이션 중인지를 몰랐다. 다음날부터 회사에서 박씨는 '자기야'란 별명으로 불렸다고.

"연애하기 전엔 자연씨와 제가 사내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이 끼여들었는데 소문이 난 뒤엔 둘이서 얘기하라며 피해 주더라고요."(박자연씨) "당시 본부장님이 부부사원 1호엔 TV를 선물로 준다고 하시곤 막상 결혼하니깐 안 주셨어요."(강인호씨)

지난달 27일은 결혼 1주년 기념일이었다. 하지만 남편과 동료들이 1주년 기념으로 산 홈시어터 시스템을 구경하기 위해 놀러와선 DVD 세 편을 보고 오전 3시까지 놀다 가는 바람에 둘만의 시간은 갖지 못했다. 그래도 같은 회사 동료로 지내는 재미는 쏠쏠하다. "남편 부서 회식땐 자주 따라가 같이 어울려요. 어색하지 않냐구요? 전혀요."(박자연씨) "아내가 5년 정도 사회경험 선배여서 문서 작성 때 도움을 많이 받았죠."(강인호씨)

남편 강씨는 한게임의 내로라하는 게임 기획을 도맡아 한 게임광. 결혼 전 '한 달에 한번 PC방에 가서 밤을 새워야 하니 양해하라'고 해 약속을 받아놨다. 하지만 결혼 첫 주에 한번 해보고는 아내의 서슬이 무서워 PC방 밤샘은 피하고 있다. 아침 8시반에 태릉의 집에서 출발, 같이 회사로 출근하는데, 퇴근은 야근·회식 때문에 각자 할 때가 많다.

글=최지영, 사진=김성룡 기자

choiji@joongang.co.kr

강인호

▶1972년 6월생 ▶99년 2월 단국대 토목과 졸업 ▶졸업과 동시에 건설업계에 잠시 몸담았다가 PC방 운영 ▶2000년 3월 한게임 입사, 한게임 게임기획 담당 ▶당구·고스톱·훌라·헥사·바둑·장기·체스·빙고·땅따먹기·윷놀이 등 현재 한게임서 인기 끄는 게임 대부분 기획 ▶NHN(주) 3D제작실 3D개발2팀 과장 ▶3D 스포츠 게임 개발·기획 중 ▶2001년 10월 27일 결혼에 골인

박자연

▶1972년 1월생 ▶94년 2월 이화여대 국문과 졸업 ▶95년 모건설업체 입사, 기획실에서 홍보 담당 ▶2000년 4월 한게임 입사 ▶한게임 마케팅팀 근무·고객팀장 역임 ▶NHN 폴에버사업부 온라인리서치팀 ▶온라인리서치 사이트 관련 서비스 기획, 운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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