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내몰려는 시도 강력한 방어대책 시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7면

지난주 미국의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사가 한국의 D램 제조업체가 보조금을 받았다며 미국 정부에 제소했다.

사실 한·미 간의 반도체 분쟁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마이크론과 다른 미국의 반도체 업체들은 이미 수년간 한국 업체들을 미국 시장에서 내몰기 위해 애써왔다. 1992년엔 한국의 D램에 대해 대규모 반덤핑 제소를 했고, 95년엔 마이크론이 미국 무역대표부에 한국 반도체 산업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미 통상법 301조(수퍼 301조)를 적용해 줄 것을 요구했다. 마이크론은 97년에도 한국과 대만의 S램에 대해 반덤핑 제소를 했다.

하이닉스 인수협상을 벌인지 채 1년도 안된 마이크론이 하이닉스를 제소한 것이 모순적으로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마이크론의 행동은 전혀 모순적이지 않다. 하이닉스를 인수하려는 시도나 이번 제소가 모두 경쟁업체를 시장에서 내쫓으려고 하는 노력이기 때문이다.

마이크론의 고위 간부는 마이크론이 하이닉스 인수에 실패하자 하이닉스를 시장에서 추방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은 한국 반도체 업체를 무너뜨리려는 미국 업계의 시도에 대해 어느 때보다 강력한 방어가 필요하다.

그 첫째 이유는 한국 경제에서 반도체 산업이 갖는 중요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반도체 산업은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6%를 차지할 뿐만 아니라 한국 수출의 9%를 점하고 있다.

둘째는 이번 제소가 미국의 통상협상 관계자와 미 의회·미국 업계가 한국에 매우 비판적인 시점에 이뤄졌다는 것이다. 미국의 5개 산업(통신·제약·자동차·컴퓨터 소프트웨어·반도체)연합회가 의회를 상대로 한국이 국제적 통상협정을 위반했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하도록 압력을 넣고 있다는 사실은 한·미간 무역긴장이 커지고 있다는 뚜렷한 징조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은 이번 보조금 제소에서 이기기 위해 모든 가용자원을 동원해야 한다. 한국은 미국과의 무역 전쟁에서 져도 될 만큼 여유롭지 않다.

김석한 재미 변호사(에이킨, 검프 앤드 스트아우스 법률회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