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도전하며 새 인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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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6일 대입 수학능력 시험에 응시하는 김민석(18·가명·서울 강북구 수유동)군은 요즘 새벽잠을 한시간씩 줄이고 있다. 지금은 머리를 짧게 깎고 의지를 다지고 있지만 불과 몇달 전만 해도 金군이 수능 시험을 볼 것으로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2년 전 가정 형편 때문에 대전의 할아버지 댁에 내려가게 되면서 金군의 방황은 시작됐다. 수업에 자주 빠지던 金군은 불쑥 학교에 자퇴서를 내고 집을 나갔다. 가출 후 당장 용돈이 필요하자 친구들과 남의 물건에 손을 대기까지 했다.

결국 2000년 11월 그는 친구들과 함께 거리에서 행인의 손가방을 날치기 하다 경찰에 붙들려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됐다. 이듬해 3월 보호관찰 2년에 처해져 가까스로 교도소 신세를 면했지만 金군은 여전히 보호 교육에 참여하지 않는 등 마음을 잡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서울보호관찰소로 넘겨진 뒤 법이 아닌 인간미로 사람을 대하는 친형 같은 직원들을 만나면서 그는 달라졌다. 교육시간 외에도 수시로 직원들과 만나면서 그간의 고민을 털어놓았고 공부도 다시 시작했다.

예전 생활로 돌아가고 싶은 유혹을 여러번 느꼈지만 그때마다 곁에서 용기를 북돋워준 사람들 덕분에 참아낼 수 있었다고 한다.

지난 8월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한 뒤 자신을 얻은 金군은 곧바로 수능 준비에 돌입했고, 당시 2백70점대에 머물던 점수를 2개월여 만에 서울 소재 대학 진학이 가능한 3백30점까지 끌어올렸다.

金군은 "늦게나마 좋은 분들을 만나 마음을 다잡은 게 다행스러울 뿐"이라면서 "인생의 첫번째 좌절에서 헤어나기까지의 2년이란 시간이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전진배 기자

allons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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