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영화'친구'감독 곽경택-주연 유오성 "니가 많이 묵었다 아이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친구(親舊)가 무슨 뜻인 줄 아나? 오래 두고 가깝게 사귄 벗이란 뜻인 기라…. "

한국영화 최고의 히트작 '친구'의 주인공 유오성(劉五性·36)씨가 극중에서 내린 친구의 정의다. 劉씨는 이 영화를 만든 곽경택(郭暻澤·36)감독과 진짜 동갑내기 친구다. 서로 '영화 동지'라 부르며, 영원히 함께 가겠노라고 호언했던 두 사람. 이들이 돈과 자존심을 둘러싸고 서로를 비난하다가 마침내 소송으로 맞서게 됐다. 劉씨는 지난달 31일 郭감독 측으로부터 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했고, 30일 郭감독은 劉씨와 관련된 사건으로 검찰의 수배대상이 됐다. 혐의는 '사문서 위조 및 협박'.

사건은 지난 7월 두 사람이 손잡고 만든 두 번째 영화 '챔피언'의 광고를 둘러싸고 일어났다. 劉씨는 "투자사(코리아픽쳐스)가 무단으로 영화 자료를 의류업체에 제공해 초상권을 침해했다"며 검찰에 고소했다. 그러자 郭감독과 투자사는 "사전에 동의를 구했는데 지금 와서 다른 얘기를 한다"며 발끈했다.

처음엔 소송까지 안 갈 수도 있었다. 양측의 돈독한 관계로 볼 때 충분히 화해와 합의가 가능했다는 게 영화계의 관측이었다. 하지만 기(氣)싸움이 사태를 악화시켰다.

郭감독 측은 "누구 덕에 스타가 됐는데…, 배은망덕하다"며, 劉씨 측은 "광고 섭외도 거절하면서 '챔피언'에 전념했는데…무시당했다"며 서로를 비난했다.

다툼은 감정 대립으로 비화했다. 郭감독이 혐의를 받고 있는 '사문서 위조 및 협박'사건과 관련, 劉씨 측은 "궁지에 몰리자 나를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려고 사기극을 꾸몄다"고 주장한다. 물론 郭감독 측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펄쩍 뛰고 있다.

급기야 지난달 31일엔 郭감독이 속한 제작사(진인사 필름)가 劉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서울지검에 냈다. 劉씨가 지난 7월 소송을 제기하는 바람에 당시 상영 중이던 '챔피언'의 흥행이 실패해 손실을 입었다는 주장이다. 두 사람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듯하다.

이영기·장정훈 기자

leyoki@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