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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플린 KAIST 총장… 이공계 '팔방미인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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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로버트 로플린(사진) 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은 14일 "이공계 학생들이 과학기술뿐 아니라 인문 지식이나 예술적 재능 등도 갖춰 어느 분야에서든 활약할 수 있도록 한국의 대학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플린 총장은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 주최로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제8회 최고경영자 신춘 포럼'에서 "금융.광고 등 돈을 많이 버는 분야에서 성공한 이공계생이 많이 나오면 이공계를 외면하는 분위기는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미국도 1980년대 초반 이공계 연구소들이 잇따라 문을 닫고, 그로 인해 학생들이 취업에 위기감을 느껴 이공계를 기피하는 현상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로플린 총장은 "그러나 이공계 출신이 학교.연구소만 고집하지 않고 벤처나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을 거두며 이공계 위기가 해소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그가 1980~90년대 그가 스탠퍼드대에서 가르친 이공계 학생들 중에서는 유럽계 은행으로 진출한 비중이 제일 높다고 했다.

공학을 공부하다 중단하고 바이오 벤처 CEO로 간 스탠퍼드대 제자 얘기도 소개했다. 자신을 찾아와 "(공학을 계속하지 않은 것에 대해) 죄송하다"고 하기에 "무슨 소리냐. 너처럼 1억달러(약 1000억원)짜리 벤처를 키워내는 공학도가 나와야 우리 학교에 좋은 학생들이 계속 온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는 또 "미국과 유럽에서의 과학기술 연구는 '기초'에서 '실용'으로 패러다임이 변했다"고 했다. 20세기 전세계 기초과학 연구의 모델이 됐던 독일도 이젠 바이오 분야 등 미래에 큰 수익을 가져올 분야에 치중하고 다른 기초 분야 투자는 제한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는 "한국의 이공계 대학원도 기초 연구만 고집하지 말고 기업 등이 수익을 낼 수 있는 연구를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로플린 총장은 98년 '분수 양자 홀 효과'라는 이론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학술대회 등에 참석차 한국에 여러 차례 드나들며 인연을 맺었으며, 지난해 KAIST 총장에 응모해 7월 부임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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