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여社에 자본금 위장납입… 주가조작에 '뒷돈' 1조대 私債비리 적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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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신설 회사 등에 자본금을 넣었다가 바로 빼내는 수법(가장 납입)으로 1조3천억원대 자본금을 납입한 것처럼 꾸민 사채업자와 회사 대표·은행 간부 등이 검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지검 형사9부(부장검사 李仁圭)는 30일 신설 법인들에 자본금을 잠시 빌려준 뒤 다시 빼내거나 주가 조작 작전 세력들에 돈을 지원하면서 거액의 수수료를 챙긴 혐의(횡령·배임 등)로 반재봉(潘在奉·58)씨 등 사채업계의 '큰손'네명을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이들 사채업자가 지난 1년여간 가장(假裝) 납입을 통해 만든 법인이 1만3백37개에 이른다"고 밝혔다.

검찰은 코스닥기업 유니시엔티 대표 김태훈씨와 세림아이텍 대표 고영규씨, 사채업자를 조직적으로 비호한 우리은행 명동지점장 박득곤(50)씨 등 세명도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또 이들을 도와준 법무사 네명과 5억원 이상 가장 납입한 대표이사 38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등 모두 68명(구속 7명·불구속 54명·지명수배 7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관계기사 3면>

자본금을 가장 납입하는 것은 회사를 껍데기만 남게 만들어 선량한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회사를 이용한 어음 사기·입찰 비리 등 각종 범죄를 조장할 수 있다. 또 사채업자들은 주가 조작 혐의로 처벌된 G&G그룹 회장 이용호(구속 수감)씨 등 작전 세력의 자금원이 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 명동의 최대 사채업자로 알려진 반재봉씨는 주식 대금 6천5백여억원을 가장 납입하고 주가 조작 작전 세력들에 9백여억원을 대준 혐의다.

그는 또 이용호씨 및 C벤처투자 실소유주 최병호(47·다른 사건으로 구속)씨, 휴먼이노텍 회장 이성용(39·다른 사건으로 구속)씨, GPS 대표 이택용(33·수배)씨 등과 함께 ㈜레이디 등 네개 기업의 유상 증자 대금으로 모두 9백24억원을 허위로 납입했다가 빼내면서 6억여원의 수수료를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은행지점장 朴씨는 가장 납입 사실을 알고도 자본금 납입증명서를 발급해 주는 대가로 潘씨에게서 수백억원대의 예금을 유치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김승현 기자

shyun@joongang. 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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