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가려고 시력 수술 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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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병검사에서 시력 미달로 보충역 판정을 받자 현역 군 복무를 위해 시력교정 수술을 받은 미국 영주권 보유자 조재영(21·사진)씨가 9일 육군훈련소에 입소한다.

8일 병무청에 따르면 중학교 3학년 때인 2004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영주권을 보유한 조씨는 2008년 징병검사 당시 시력 미달로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았다. 당시 그의 시력은 12㎝ 앞 사물을 명확하게 식별하기 힘든 -12디옵터였다. 공익근무요원 대상이다.

그러나 조씨는 현역으로 복무해야 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고 한다. 군 생활이 자신의 인생을 더 큰 성공으로 이끌어줄 것이란 믿음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2009년 여름방학을 이용해 한국에서 안구에 특수 렌즈를 삽입하는 시력교정 수술을 받았고, 그해 12월 재신검을 받고 현역 입영 대상자에 포함됐다.

지능지수(IQ) 148 이상인 사람들의 모임인 ‘멘사’ 회원이기도 한 조씨는 현재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있다. 그는 “2년간의 학업 공백에 대한 두려움이 있지만 조국에서의 군 생활이 내 인생을 성공으로 이끌 밑거름 역할을 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대한민국을 지키는 보람을 느끼면서 조국의 문화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해 군 복무를 선택했다”고 입영 소감을 밝혔다. 군 복무 중 규칙적인 생활을 통해 건강한 신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했다. 조씨의 아버지 조현정(52) 비트컴퓨터 회장도 원래 고막이 터져 군대에 안 가도 됐지만 이를 숨기고 훈련소로 입소했다가 군의관에게 적발돼 보충역으로 근무했다고 한다.

조씨 외에 해외 영주권을 보유한 29명의 해외동포들도 9일 현역 복무를 위해 훈련소에 들어간다.

입영을 신청한 해외 영주권자는 서울을 기준으로 2004년 19명이었으나 꾸준히 늘어 올해는 지난달 말 현재 68명이나 됐다. 권용덕 서울지방병무청장은 “이들이 군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 앞으로 더욱 많은 해외 영주권을 가진 젊은이들이 군 복무를 통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부심을 느끼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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