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거래 중소기업 56% “미국의 제재로 피해 봤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미국 주도의 대이란 제재로 국내 중소기업들의 실질적인 피해가 커지고 있다.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국 정부와 은행권은 이란과의 무역거래를 위한 우회결제 방안을 찾기로 했다.

이란과 거래하고 있는 2000여 곳의 한국 중소기업 중 상당수는 이미 직격탄을 맞았다. 1000만 달러(약 116억원) 규모의 플랜트 계약을 성사시킨 중소업체 A사는 국내 은행으로부터 신용장 개설을 거절당해 수출 대금을 못 받고 있다. 이란에 자동차부품 12억원어치를 수출하기로 한 B사는 대금 결제가 어려워지자 계약을 파기해야 할 처지다.

중소기업중앙회가 8일 이란과 거래하는 수출 중소기업 72곳을 조사한 결과 미국의 ‘포괄적 이란 제재법’ 발효로 피해를 본 업체가 56%에 달했다. 수출 거래가 아예 끊겼다고 응답한 업체도 31.5%나 됐다. 익명을 원한 C업체 관계자는 “최근 황금시장으로 불릴 만큼 대이란 수출이 활발했으며 우리 회사도 내년분까지 잠정 오더를 받아놓은 상태였다”며 “이번 사태가 조기 수습되지 않으면 수출 기회를 중국업체에 빼앗길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란과의 신용장 방식의 거래가 미국의 금융제재로 불가능해진 만큼 외환거래 약정이 있는 제3국 은행을 통한 우회결제로를 뚫거나 아랍권 은행을 이용한 전신환 거래로 대금을 주고받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과는 달리 중국은 미국 주도의 이란 제재에 동참하지 않기로 했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부총리는 6일 방중한 마수드 미르카제미 이란 석유장관과 만나 “이란은 중요한 통상 파트너이자 석유 공급국”이라고 말했다고 관영 중국중앙방송(CC-TV)이 보도했다. 리 부총리는 또 “중국은 앞으로도 이란과 정치적 신뢰를 구축하는 한편 평화유지·안정·번영을 위한 주요 국제 이슈와 관련한 대화와 협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2위 석유 수입국인 중국은 올해 상반기 이란에서 900만t의 석유를 수입했다. 이는 사우디아라비아·앙골라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양이다.

예영준·이상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