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합병보다는 영업특화가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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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한국에서 은행 합병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일본의 메가 뱅크(대형 합병은행) 경험에 비춰볼 때 규모가 크다고 반드시 경쟁력이 높은 것은 아니다. 영업을 특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 금융학회장을 역임한 호리우치 아키요시(堀內昭義·59·사진) 도쿄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한국의 은행 합병 바람에 대해 이렇게 충고했다.

호리우치 교수는 지난 25일 예금보험공사와 아태경제학회가 공동 주최한 '금융위기 극복-아시아의 금융개혁'이란 주제의 국제금융 심포지엄에 참석했다.

그는 한국보다 앞서 은행의 대형화를 추진한 일본의 경험과 관련, "일본 대형은행의 기업금융은 외국은행과 비교할 때 경쟁력이 없다"고 꼬집었다.

최근 한국의 가계대출 증가와 부동산 거품때문에 일본처럼 자산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 대해 그는 "한국은 일본만큼 버블 붕괴 가능성이 심하지 않아 보이지만 가계의 거액 채무는 한국 경제의 장기적 안정 성장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에서는 부동산 담보대출에 은행 여신이 집중되면서 은행의 건전성이 악화됐다"며 "한국 정부가 거품을 막기 위해 은행의 대출이 한 쪽에 몰리지 않도록 건전성 감독을 강화하고 은행은 자산 리스크 관리를 중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호리우치 교수는 그러나 "금리 인상은 거시적으로 경기 과열기미가 나타나는지를 판단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세정 기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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