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3, 상대 흠집내기 난타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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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민주당 노무현(盧武鉉)후보와 '국민통합21'의 정몽준(鄭夢準)의원 등 대선주자 '빅3'의 대결이 난타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경쟁자를 골라 견제하되 수위 조절을 하던 종전의 전략을 버리고 상대방을 모두 적으로 돌려 무차별 공격하는 이전투구로 치닫고 있다.

이런 흐름은 대통령 선거 후보등록(11월 27∼28일)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것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D-30일의 판세가 대선 판도를 결정한다"는 과거의 경험을 의식한 각 주자진영이 총력전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병풍 수사가 마무리되고 민주당 내 반노(反노무현)진영의 이탈 움직임이 주춤해진 지금을 대선 승패의 커다란 흐름을 가를 고비로 받아들이고 있다.

◇盧·鄭 싸잡아 비난=한나라당 김영일(金榮馹)사무총장은 27일 盧후보와 鄭의원을 둘 다 "DJ의 양아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盧후보 측은 지지율 2위만 탈환하면 자기로 후보 단일화가 될 것으로 믿고 있고, 鄭의원 측은 DJ의 의중은 자신에게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盧·鄭후보를 싸잡아 비난하고 나선 것은 "여론이 어느 한쪽으로 쏠려 후보 단일화로 이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계산 때문으로 보인다.

남경필(南景弼)대변인은 "鄭후보는 예전에 햇볕정책을 지지한다더니 이번엔 금강산관광을 중단하라고 했고, 햇볕정책이 한계에 봉착한 것 같다던 盧후보가 다시 햇볕정책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하는 등 두 후보의 말바꾸기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가세했다.

◇"'사조직통합21'이냐"=盧후보 쪽은 '국민통합21'이 운영위원을 선정하는 등 조직을 갖춰가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조직이 받쳐줄 경우 바람에 머물던 '정풍'이 견고해지면서 여권표의 분산현상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선대위 김만수(金晩洙)부대변인은 "운영위원장 유창순씨는 군사독재 정권과 재벌의 이익을 대변했던 인물이고 강신옥·박진원씨는 현대중공업 사외이사이며 임삼씨는 대한축구협회 이사, 구본호씨는 鄭의원이 이사장으로 있는 울산대 총장을 지낸 사람"이라며 "鄭의원은 사조직으로 또 하나의 현대 계열사를 만들려 한다"고 비난했다.

李후보에 대해선 '대통령 무자격자'란 논리로 공격했다. 선대위 이평수(李枰秀)부대변인은 "두 아들을 병역면제시킨 장본인이 어떻게 젊은 청춘들에게 병역의무를 강제할 수 있겠느냐"며 "李후보는 병역불신 풍조를 조장한 장본인"이라고 비난했다.

◇"병역기피는 도덕성 문제"=鄭의원 측도 정면대응 전략을 꺼내들었다. 鄭의원은 28일 대구에서 李후보를 빗대 "지난번에도 나왔고 이번에도 나왔고, 나이도 제일 많은데 또 떨어지면 무슨 망신이냐"며 "'하늘이 두쪽 나도'식으로 하지 말고 여유를 갖고 선거를 축제장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국민통합21'은 "4선 하면서 대정부 질문 한 것을 본 적이 없다"며 鄭의원을 비난한 한나라당 하순봉(河舜鳳)최고위원을 고발키로 했다.

이정민·김정하 기자

jm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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