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작가동맹 총서기 휴틴 방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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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베트남의 대표적 시인인 휴틴(60)베트남 작가동맹총서기가 지난 24일 방한했다. 민족문학작가회의(이사장 현기영)가 주최하는 '제8회 세계작가와의 대화'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그는 소설가 안득, 시인 겸 번역가 킴 호아, 소설가 투이 마이 등 베트남 작가 세명과 함께 한국을 찾았다.

휴틴은 이날 서울 중구 세실레스토랑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달 초 한국의 고은·신경림·김지하·김광규·박제천씨 등 5인의 대표시집이 베트남에서 번역 출간돼 매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들의 시는 현대적이고 세계적이면서도 한국인의 본질을 잘 유지한 작품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고은씨의 시를 좋아한다"며 "한국의 문학 작품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베트남에서는 개혁·개방정책인 도이모이의 영향이 문학 형식에도 미치고 있다고 한다.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를 우선시하던 베트남 문학에도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는 것이다.

휴틴은 "베트남인들은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며 "두 나라간의 화해와 우호 증진을 위해 문학인들이 앞장서자"고 촉구했다. 베트남 작가들은 오는 30일 서울 중앙대 아트센터에서 작품 낭송회 및 양국 문학인 평화선언 등 행사에 참석한 뒤 31일 출국한다.

한편 소설가 이문구·현기영·홍상화·윤정모·이경자씨와 시인 민영·정희성·이시영·강형철·고형렬씨 등 40여명은 휴틴의 기자회견장에서 베트남 작가들을 환영하는 만찬을 열었다. 베트남전에 참가한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 『무기의 그늘』을 쓴 황석영씨는 이 자리에서 "자발적인 참전은 아니었지만 과거사를 정중히 사과한다"고 말했다.

우상균 기자

hothea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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