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불가침협정 왜 꺼냈나 美 선제공격 위협 피하고 유엔사 해체-미군철수 겨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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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북한이 우라늄 핵무기 개발과 맞바꿀 카드로 들고 나온 '북·미 간 불가침조약 체결'은 일차적으로 미국으로부터 체제를 보장받는 방식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주한 유엔사령부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까지 고려한 전략적 포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방연구원 백승주(白承周)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미국에 대해 불가침조약 체결을 제의한 것은 미국의 선제공격 위협에서 벗어나는 등 체제를 보장받기 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이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 "미국이 불가침조약을 통해 우리에 대한 핵 불사용을 포함한 불가침을 법적으로 확약" "우리의 자주권과 생존권의 위협 제거" 등의 표현으로 체제보장을 요구하는 대목에서 쉽게 알 수 있다.

부시 미 정부가 올해 초 핵태세검토보고서(NPR)에서 북한 등 7개국에 대한 선제공격 의지를 밝힌 것 등을 담화에서 직접 지목한 것 등은 북한이 미 정부의 최근 대북태도를 크게 의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북한은 남한을 제치고 미국과 직접 협상을 통해 평화협정과 같은 의미를 갖는 불가침조약을 체결함으로써 한·미 안보체제의 약화를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과거에도 정전협정을 폐지하고 북·미 간 불가침조약 또는 평화협정으로 대체하자는 주장을 펴왔다.

<표 참조>

북한의 주장대로 북·미 불가침조약을 체결해 정전협정을 폐지하면, 정전협정의 토대 위에 만들어진 주한 유엔사령부도 해체할 수밖에 없게 된다. 지난 50년간 한반도의 전쟁을 억지하는 데 실질적 역할을 해온 유엔사를 설치하는 법적 근거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또 미국이 북한과 평화협정을 체결하면 북한의 남침에 대비해 구성한 한미연합사를 더 이상 존속시킬 명분도 없어지게 된다. 이는 주한미군 철수론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북한의 북·미 간 불가침조약 또는 평화협정 체결에 대해 우리 정부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평화협정 체결은 남북 당사자가 우선이며, 더구나 남북한 사이에 군사적인 신뢰 구축을 하기 전에 유엔사 및 연합사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의 원인이 되는 북·미 평화협정 체결은 안된다는 것이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kimseok@joongang. 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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