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등판 울렁증 떨친 차우찬, 무서울 것 없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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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수퍼 차, 어딨나.”

삼성 선수들의 잔심부름은 늘 ‘수퍼 차’ 차우찬(23·삼성·사진)의 몫이었다. ‘수퍼 차’는 늘 수퍼마켓에서 군것질거리를 사오는 차우찬을 가리키는 말로, ‘수퍼마켓 차’의 줄임말이다.

2010년 올해도 여전히 삼성 선수들은 차우찬을 ‘수퍼 차’라고 부른다. 하지만 뜻은 달라졌다. 삼성의 베테랑 투수 정현욱(32)은 “우찬이가 ‘수퍼 에이스’가 됐다. 그래서 ‘수퍼 차’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시련 끝에 올라선 자리다. 차우찬은 어려운 환경에서 프로의 꿈을 키웠다. 그가 군산상고 1학년일 때 아버지 차봉열씨가 허리 수술을 받아 어머니 정인순씨의 수입으로 가계를 꾸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유도 유망주였던 동생 승욱이는 운동을 그만뒀다. 차우찬은 “프로에 가지 못하면 가족에게 큰 죄를 짓는 일이라는 생각에 더욱 열심히 했다”고 회상했다.

‘빠른 볼을 가진 왼손투수’를 원했던 삼성은 2006년 신인지명회의 2차 1라운드서 차우찬을 지명했다. 하지만 4년간 그는 유망주에 머물렀다. 차우찬은 “TV 녹화중계를 볼 때 내가 던지는 모습이 나오면 채널을 돌렸다. 볼넷을 내주고, 주자 있는 상황이면 늘 얻어터지고…. 답답하고 미치겠더라”며 과거를 떠올렸다. 그는 2006년부터 3년간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2010년에도 출발은 불안했다. 그는 왼쪽 어깨 통증으로 전지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5월 중순에는 2군으로 내려갔다. 차우찬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마음먹었다. 양일환 2군 투수코치님과 글러브 위치, 팔 각도부터 다시 잡았다. 제구가 잡히니 자신감도 생겼다”고 말했다.

차우찬은 5월 27일 SK전부터 6연승을 달리고 있다. 6일 현재 그의 성적은 6승1패·평균자책점 2.04다. 삼성 선수들은 차우찬에게 “네 공은 아무도 못 쳐”라고 말한다. 차우찬의 상승세와 함께 삼성은 2위 자리를 꿰차고 선두까지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예전에는 등판하는 게 두려웠다. 그런데 요즘은 다음 경기가 기대된다. 야구가 재밌다”는 차우찬은 “부모님께서 내가 부담을 느낄까 봐 몰래 경기장에 오신다. 이제는 내가 먼저 부모님께 ‘잘 던질게요. 한번 오세요’라고 말씀드리려 한다”며 웃었다.

하남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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