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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첸반군 95년엔 병원 인질극 100여명 사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체첸반군은 러시아로부터 체첸의 독립을 요구하는 수단으로 과거에도 여러 차례 대형 인질극을 벌였다.

AP통신은 23일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가 『카프카스의 포로』라는 소설에서 1850년대 체첸에서 납치된 2명의 러시아 군인 이야기를 그렸을 정도로 체첸에서 인질극은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질 만큼 뿌리가 깊다고 전했다.

체첸반군이 자행한 최악의 인질극은 1995년 6월 체첸 접경지역인 부드요노브스크의 한 병원을 습격해 1천여명을 억류한 사건이다.

반군 지도자 샤밀 바사예프가 주도한 이 인질극을 해결하기 위해 러시아군은 병원에 두 차례 진입을 시도했으나 실패로 끝나면서 민간인과 경찰·군인 등 1백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인질범들은 산악지대로 도주했다. 바사예프는 91년 러시아에서 터키로 가던 여객기 납치극을 주도하기도 했다.

96년 1월에는 살만 라두예프가 이끄는 체첸반군들이 러시아 남부 키즐야르의 한 병원을 습격해 수백명의 민간인들을 인질로 잡고 군과 대치했다.

당시 이들은 인질들을 인간방패로 내세우기도 했다. 그때 역시 군이 인질극을 성공적으로 진압하지 못해 78명이 사망했다. 라두예프는 훗날 체포돼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체첸반군은 같은 이슬람권인 터키에서도 종종 인질극을 벌였다. 지난 5월 이스탄불의 한 호텔에서 13명의 투숙객을 인질로 잡았다가 1시간여 만에 풀어줬고, 지난해 4월에는 이스탄불 스위스호텔에서는 1백20명을 억류했다가 12시간 만에 경찰에 투항하기도 했다.

체첸반군은 지난해 3월 이스탄불에서 이륙한 러시아 여객기를 공중 납치해 사우디아라비아로 끌고 갔고, 진압 과정에서 납치범 1명과 인질 2명이 사망했다.

정재홍 기자

hong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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