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 이어 '안기부 예산 전용'시비도 정보위 격돌… 끝내 파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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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회 정보위가 7개월 만인 24일 가까스로 열렸지만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국가정보원의 도청(盜聽) 의혹과 안기부 예산의 총선자금 유입 사건 등으로 격돌하는 바람에 파행을 빚고 유회됐다.

사단은 오후 5시쯤 벌어졌다. 민주당 간사인 함승희(咸承熙)의원이 안기부 자금의 신한국당 유입을 거론하면서다.

咸의원은 신건 국정원장을 상대로 "1천억원의 안기부 자금을 횡령당했는데 국정원이 왜 국고환수를 미적대느냐"면서 "나눠먹은 의원들에게 가압류 조치라도 취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몰아붙였다.

辛원장이 "소송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자 咸의원은 "세상이 바뀌면 모두 흐지부지될 게 뻔한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한나라당 홍준표(洪準杓)의원이 "그게 어떻게 갈라먹은 것이냐"고 반박했다. 두 사람 사이에 삿대질과 거친 말이 오갔고, 급기야 감정싸움으로 발전했다. 咸의원은 洪의원을 향해 "법사위에서 그러더니 왜 여기서도 끼어드느냐. 너하고 나하고 그만두자"며 반발했다.

咸의원이 "그 따위로 살아봐"라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자 洪의원도 "왜 인생을 그 따위로 살아"라고 응수했다. 옥신각신하는 사이 한나라당 간사인 정형근 의원이 "나가자"며 같은당 의원들에게 퇴장을 지시, 회의가 중단됐다.

회의장을 나서던 한나라당 강창성(姜昌成)의원이 민주당 의석을 향해 "예산심의를 안받으려는 것 아니냐"면서 민주당 김옥두(金玉斗)의원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당신도…그래"라고 고함을 쳤다. 격분한 金의원이 "'당신'이 뭐야. 건방지게 까불고 있어. 나이 먹었으면 나이 값을 해야지"라며 대들었다.

이정민 기자 jm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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