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관적 사회 만들 후보 뽑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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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낙천성이라는 기질은 진화론적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의 본성이라고 한다. 인간은 자신의 미래를 생각할 때 죽음을 비롯한 비참한 측면을 먼저 떠올린다고 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낙천적 기질이라는 얘기다.

누구나 낙천성을 어느 정도는 갖고 있다. 하지만 낙천성은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그 차이에 따라 낙관주의자나 비관주의자가 된다. 일반적으로 낙관성은 경력 성공·사기 진작·건강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반면 비관성은 우울증·소극성·사회적 반목 등과 연관된다고 한다.

이렇게 보면 낙관주의가 우리에게 항상 요구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성이 결여된 낙관적 사고는 목표 달성에 필요한 치밀성이나 냉정함의 부족으로 인해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 사회의 문제는 너무 많은 경계심과 소심함으로 인해 새로운 제도나 변화가 시도되기도 전에 벽에 부닥친다는 점이다. 최근 논란이 됐던 초등학교 3학년 대상 기초학력 진단평가는 이미 미국·영국·프랑스 등에서는 기초학력 보장정책으로 시행되고 있는 제도다. 이에 대한 일선 학교의 집단적 반발은 그 취지를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그 결과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혹시나 불이익을 받을지 모른다는 비관적 사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우리 국민들에게는 무슨 사안이든 낙관보다는 의혹의 눈길을 먼저 보내는 비관주의가 학습돼 있는 것 같다. 이는 아마도 낙관적 사고를 했을 때 혹독한 대가를 치렀던 경험들이 누적됐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남북 문제를 비롯한 정치권의 여러 의혹들부터 수능시험의 난이도에 이르기까지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던' 무수한 경험을 갖고 있다.

우리 사회가 건전하게 발전하자면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지 않는다'는 낙관적 사고를 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개인 차원에서 이런 훈련은 종교적 신념을 통해 이뤄질 수도 있고, 주변사람들을 관찰함으로써 학습될 수도 있다. 낙관적 생각을 하는 주변사람들을 닮으려고 한다면 아직 비관적 증상이 그리 심각한 정도는 아니라고 위안할 수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 사람 상당수가 낙관적인 그런 사람들을 세상 이치를 모르는 무지한 사람들로 여긴다는 데 있다.

낙관적 사회를 확립하는 데는 개인차원의 노력보다는 정치 지도자들의 몫이 더 크다. 왜냐하면 우리들의 삶의 조건을 만들고, 우리들의 행복권 추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치가들이 단 한 순간이라도 이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우리 사회가 가장 바람직하게 여기는 목표는 무엇이며 그 목표에 대해 우리 국민들은 얼마나 낙관적인가. 비관적이라면 무엇이 국민을 그렇게 만들었는가. 우리가 아는 정치인 중에 이런 문제들로 고뇌하고 밤잠 못 이루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은 모두 경제적 지표를 부르짖거나 화려한 복지제도를 들고 나와서 국민의 마음을 사려고 한다. 선거는 후보자의 이미지 싸움이고 여론과의 전쟁이기 때문에 결국 유권자는 속고 후보자는 승리한다.

이제 요란한 대통령 선거가 두달도 안남았다. 새 대통령에게 5년이라는 임기는 국민 의식의 대전환을 완성시키기에는 너무 짧은 기간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뽑은 대통령이 인간의 본성인 낙천성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해 '믿는 대로 되는 사회'의 시작을 이끈 국가 지도자로서 평가받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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