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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chal is not FREE" 닷컴 유료화 논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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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6면

"이제 새로운 인터넷 역사를 쓰려고 합니다."

커뮤니티(★) 사이트인 프리챌의 전제완(40) 사장은 최근 홈페이지에 이런 말을 남겼다. 비장한 어투였다. 그리고 덧붙였다.

"뚝심 하나만으로 밤새워 서비스를 지켜왔던 지금까지처럼, 보다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고민하고 채찍질하겠습니다. 그러기 위해 커뮤니티 유료화를 결정했습니다."

그가 말한 새로운 역사란 '유료화'다. 프리챌은 11월 말부터 커뮤니티 웹마스터에게 월 3천원씩 받기로 했다.이제 인터넷에 들어와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돈을 내란다. '인터넷=공짜'라는 공식을 뒤엎는 도전이다. 유료화 논쟁은 1998년부터 조금씩 끓어왔다. 그동안은 일반 서비스는 무료지만 차별화한 고품질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돈을 내라는 '프리미엄 유료화'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다가 개인이 아닌 기업에 요금을 물리는 유료화가 올 초에 나타났다. 이제는 커뮤니티라는 범용 서비스를 이용하는 일반 회원에게 돈을 받는 유료화가 등장했다. 일반 회원을 상대로 하는 유료화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가상공간이 시끌벅적하다.

"공짜 잔치는 끝났다."

닷컴 기업들의 수익 창출을 위한 유료화에 찬성한다는 목소리가 한 편에서 들려온다. 하지만 곧 "고객들의 의견을 묻지 않은 독단적인 유료화는 인터넷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크게 반발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유료화,피할 수 없는 대세?=닷컴 기업들은 유료화 도입의 필요성을 생존 차원에서 설명한다. 수익이 있어야지 서비스도 유지되기 때문이다. '서비스 있는 곳에 요금 있다'는 주장이다.

인터넷 저장공간인 팝데스크를 유료로 서비스하는 그래텍의 배인식 사장은 "인터넷에서 특정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많은 비용이 든다. 그러나 기업이 돈을 벌어야 서비스가 유지된다. 인터넷은 무료라는 관념은 버려야 한다. 이제는 쓴 만큼 돈을 내야 하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국내 최대의 전자우편 서비스업체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지난해에만 e-메일 서버 확충을 위해 2백70억원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올 4월부터 1천통 이상의 전자우편을 보내는 발송자들에게 요금을 부과했다. 이 결과 향후 3년간 1천억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올릴 수 있게 됐다. 올해 들어 유료 서비스 매출만 54억원을 돌파했다.

커뮤니티가 1백12만개에 달하는 프리챌도 월 13억원 정도 들어가는 운영비 중에서 서버를 확충·관리하는 데만 8억∼9억원을 써야 한다.

프리챌의 이정아 팀장은 "2년반 동안 무료 서비스를 위해 8백억원을 투자했다.하지만 회원들이 요금을 내줘야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닷컴들은 유료화를 도입하면서 서비스 품질을 높였다고 주장한다. 돈을 받고 한게임과 네이버의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는 NHN은 올해 초 유료화를 하면서 서버를 2백대나 늘렸다. 접속이 끊기거나 느려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NHN의 채선주 팀장은 "유료화 초기에는 회원들의 반감 때문에 고전했다. 하지만 서비스 품질이 좋아졌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회원수가 크게 늘어나 수익구조가 안정화됐다"고 설명했다.

야후코리아·라이코스코리아 등은 인터넷 만화와 영화 등을 유료화해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아바타 서비스는 2000년 말부터 유료화돼 지금은 네오위즈·다모임 등의 핵심 돈줄이 됐다. MP3 음악파일 서비스 업체인 위즈맥스는 음반 출시 1년이 지난 가요 및 외국 팝송에 대해 한곡에 2백원을 받기로 했다.

한편 프리챌이 유료화를 발표하자 경쟁업체들은 오히려 '평생 무료' 등을 내걸고 가입자 빼오기에 나서 유료서비스 기업 대 무료서비스 기업간의 대결 양상도 펼쳐지고 있다.

사이월드는 평생 무료로 서비스하겠다고 발표했고, 인티즌도 서비스 용량을 늘린 무료 서비스를 발표해 프리챌 회원을 유혹하고 있다. 드림위즈는 자동 백업서비스를 앞세워 프리챌 이탈 고객들을 끌어안고 있다.

◇네티즌,유료화를 고민한다=네티즌들은 유료화를 무조건 반대하지 않는다.오히려 닷컴 기업들이 수익 창출을 위해 유료화를 도입하는 것을 이해하는 분위기다.

프리챌 유료화 안티커뮤니티의 운영자인 윤연석씨는 "프리챌의 유료화를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유료화하는 방식에 문제점이 있어 안티사이트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닷컴의 유료화 발표는 이런 식이다.어느날 갑자기 "수익 확보 차원에서 유료화를 단행한다"고 공표한다. 문제는 무료로 수년간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축적한 자료를 버릴 수 없는 회원들의 아킬레스건을 물고 늘어진다는 점이다.

만약 유료화가 싫어 커뮤니티를 해체하면 그동안 쌓아놓은 회원정보·게시판 데이터베이스·교류정보 등을 포기해야 한다. 자료를 백업(Back Up)할 수 있는 어떤 서비스도 제공하지 않는다. 회원들은 자료 때문에라도 울며 겨자먹기로 돈을 내지 않을 수 없다.

윤씨는 "월 3천원씩 내는 게 아까워서가 아니다. 마치 마약을 공짜로 주고 금단증세를 이용,마약을 파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상술이기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 때문에 본지 조사 결과 네티즌의 70% 정도는 닷컴들이 서비스를 유료화하면 이용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유료화를 통해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닷컴들의 주장도 네티즌들에게는 남의 얘기다.프리챌 유료화 반대 회원인 김윤석 씨는 "기존의 닷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대부분 남의 것을 베껴 짜집기한 것이기 때문에 돈을 내기가 아깝다"고 말했다. 실제 본지 조사 결과 응답자의 30%는 유료화를 위해 콘텐츠나 서비스의 질이 높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네티즌들은 질 높은 서비스라면 기꺼이 요금을 내겠다는 입장이다.하지만 아직은 수준이 안된다는 반응이 훨씬 많다.

글=김종윤·사진=박종근 기자

yoonn@joongang.co.kr

소품 협찬:조선호텔

오프라인에서 상품을 구매할 때는 당연히 돈을 낸다.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좋은 상품·서비스라면 비싼 값을 내더라도 아끼지 않고 지불하는 것은 그 가치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온라인이라고 다르지 않다.이젠 인터넷 서비스도 상품으로서 가치를 인정받을 때가 됐다고 본다. 지금까지 인터넷이 무료였다고 계속 무료이기만을 원한다면 더 이상 서비스의 질적 성장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프리챌의 경우 가입자들이 선별된 가입자, 고급 가입자이기 때문에 유료화 결정을 내리지 않았나 짐작된다.

시간과 노력을 절약할 수 있고 덧붙여서 공간의 제약을 극복할 수 있는 서비스라면 더욱 더 사용자의 지갑을 열기 쉬울 것이다. 네티즌도 생활의 편리함을 보장해 주는 서비스라면 상응하는 대가를 낼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다.

이젠 인터넷의 유·무료를 논하기보다는 산업의 경쟁력,차별성을 봐야 할 시점이다.

김인영

(아이비젠 수석컨설턴트)

유료화 시도 자체는 침체된 인터넷 업계에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요즘 업계의 유료화 과정을 보면 걱정되는 점들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유료화되는 서비스가 기존에 있었던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면 사용자들이 선뜻 돈을 지불할지 의문시된다. 옮겨갈 무료 대안 사이트들이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재 서비스는 무료로 두고 사용하기에 훨씬 편하고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프리미엄 서비스를 만들어 돈을 받는 것이 합리적이다. 즉 이용자들에게 무료 서비스만 쓸지 유료를 쓸지 선택권을 줘야 한다.

또한 광고 수익이 상당부분 발생하면서 유료화를 한다면 시장에서 상품을 팔면서 시장에 들어오는데 또 돈을 받는 개념이 된다. 무료로 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수많은 자료를 주고받았는데 갑자기 유료화한다면 서비스하는 회사에 대한 신뢰가 깨질 수도 있다. 이 경우 고객들에 대한 애프터서비스가 필요하다.

민영주

(싸이월드 써비스기획팀장)

★커뮤니티(community)는 우리말로 공동체·공동사회 등의 뜻을 갖고 있지요. 인터넷 커뮤니티는 네티즌들이 인터넷 공간에 만든 공동체 모임이라는 뜻이 되고요. 예를 들어 초등학교 동창끼리 인터넷에 사이트를 만들어 채팅을 하고 정보를 교류하고 소식을 전하는 것이 인터넷 커뮤니티랍니다. 실생활에서 직접 만나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을 통해 채팅을 하고 자료를 주고받는 등 철저히 인터넷을 통해 활동을 해요.이런 커뮤니티 가상공간을 제공하는 업체들이 인터넷 커뮤니티 회사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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