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忠淸확보 전략 차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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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종필 총재(JP)="갈 사람은 가라고 해."

▶A의원="4자논의에 대표자를 파견했는데 대표성과 절차에 하자가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당의 정체성이 민주당 사람들이 참여하는 4자연대에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한나라당과 정서가 맞습니다."

▶JP="(큰 소리로)이회창은 안돼. 내 앞에 와서 사과하면 몰라도…. 그 사람이 우리 당 교섭단체 안 만들어 주려고 얼마나 방해했어. 김학원 총무를 파견한 4자연대에선 우리당의 국회활동 기반을 만들기 위해 원내교섭단체 구성만 합의한 거야. 신당이니 합당이니 하는 것엔 합의하지 않았어."

21일 오전 김종필(金鍾泌)자민련 총재의 신당동 자택. 8명 지역구 의원 전원이 JP를 집단 방문했다.

'이번주 중 4자연대(민주당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자민련+정몽준+이한동)가 참여하는 국회 원내교섭단체 구성→다음달 초 통합신당 창당, 정몽준 의원 대선후보 추대'흐름에 지금 제동을 걸지 않으면 자민련은 공중분해된다는 의원들의 절박한 위기의식이 방문의 배경이다.

JP는 자신을 집단행동으로 압박하는 듯한 의원들의 태도에 격분했다고 한다. 그래서 의원들이 거실에 앉자마자 '갈테면 가라'고 고함을 쳤다.

1시간쯤 격론이 오간 뒤 JP는 "여러분들이 의견을 모아보라"며 한발 물러섰고, 국회에서 긴급 의원총회가 소집됐다. 도시락이 들어갔다. 결론은 개별 행동하지 않고, JP를 중심으로 일치단결한다는 것과 4자연대 참여를 일단 유보한다는 것이다.

한 참석의원은 "의원들이 JP에게 개별탈당을 하지 않겠다는 선물을 준 대신, JP가 대선에서 정몽준 의원을 지지하는 것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집단의지를 표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자민련의 신당동 격론과 긴급의총을 통해 그동안 모호했던 당내 사정이 확연해졌다. 특히 지역구 의원들은 김학원 총무를 제외하곤 모두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후보를 심정적으로 선호한다는 점이 드러났다.

JP가 그동안 鄭의원 쪽으로 마음을 굳힌 듯 보였던 것도 '자민련 교섭단체 반대''의원 빼가기'등에 대한 감정이 주된 요인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는 게 의원들의 이야기다.

무엇보다 자민련이 더 이상 JP의 의지대로만 움직이지 않음이 확인됐다. 의원들은 자신의 이해관계와 다른 선택을 할 경우 언제든지 JP와 결별할 준비가 돼 있는 듯하다.

JP는 20일 민주당 이인제(李仁濟)의원과 골프를 친 뒤에도 "이달 말엔 모든 문제가 클리어(clear)하게 끝날 것이다. 누구를 돕든 사람을 정해서 확실하게 밀 생각"이라고 했었다.

이도 여의치 않게 됐다. JP가 4자연대의 통합신당을 택한다 할지라도 그를 따라갈 의원은 전국구 의원 5명과 JP가 지역구를 물려준 김학원 의원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충청권 지지율에 '정몽준 바람'의 활로를 걸고 있는 鄭의원도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JP는 이날 저녁 인사동 음식점 '목련'으로 의원들을 불러 저녁을 함께 했다. 그는 "지지후보를 정할 때 여러분과 허심탄회하게 협의하겠다"고 했다. 음식점 밖으로는 "배신자여, 배신자여…"의 트로트 노래가 들리기도 했다.

전영기 기자 chuny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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