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한국의 기쁜 날 광복절 맞춰 ‘식민 사과’ 한다지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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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는 한·일 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과거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과담화를 발표한다. 시기는 광복절인 15일이 될 전망이다.

일 정부 관계자는 5일 “당내 반발이 있었으나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가 일 정부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는 ‘총리 담화’ 형태를 취하기로 했다”며 “담화의 수위는 ‘무라야마 담화’의 틀을 넘어서지 않고 미래지향적 메시지가 추가될 것”이라고 전했다.

1995년 8월 15일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는 “과거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의해 아시아 여러 나라 국민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준 것은 의심할 여지 없는 역사의 진실”이라며 “통절한 반성의 뜻을 표하며 사죄의 마음을 표명한다”는 담화를 발표했다.

이 관계자는 “15일(광복절), 22일(조약 체결일), 29일(조약 공포일)의 세 안을 놓고 고심했으나 한국에 기쁜 날인 15일에 담화를 낼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담화에는 위안부 문제와 일본으로 강제 유출된 문화재의 한국 반환 문제에 대해 ‘가능한 여러 상응 조치를 강구하고 검토하겠다’는 수준의 원칙론이 담길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아사히(朝日)신문 등 주요 언론도 간 총리의 담화 발표 방침이 굳어졌다고 이날 일제히 보도했다.

하지만 ‘간 담화’의 수위가 무라야마 담화 수준에 머물 경우 한국 내에선 “병합 100년의 메시지로 뭐가 달라졌느냐”는 반발이 일 가능성이 있다. 98년 10월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전 총리가 ‘한·일 공동선언’을 통해, 2005년 8월 15일에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가 ‘전후 60년 총리담화’를 통해 “식민지 지배에 의해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줬다”고 이미 밝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간 담화’의 수위가 무라야마 담화 수준을 넘어서지 않게 된 것은 일본 내 보수세력의 비판을 의식한 간 총리의 판단이라고 산케이가 보도했다. 한국 정부와 한국 내 여론을 의식해 담화는 발표하되, 내용의 수위는 가급적 억제하기로 방침을 세운 것이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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