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 투자 발길 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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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김모(65·서울 강남구)씨는 최근 여윳돈으로 서울 구로구에 있는 아파트형공장 1백평을 평당 3백30만원에 분양받았다.

사업가가 아닌 金씨는 업체에 임대해 월세수입을 올리기 위해서다. 보증금 3천5백만원에 매달 3백50만원의 월세를 받으면 연간 13% 정도의 수익률이 나올 수 있다는 것. 그는 "임대료가 강남 등의 오피스빌딩에 비해 저렴해 수요가 많을 것으로 보여 틈새시장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아파트형 공장이 새로운 부동산 투자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제조업 등을 하는 사업자들의 전유물이었으나 최근 일반인들도 임대수입을 노리고 이쪽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새로운 투자상품 부상=업계에 따르면 지난해까지만 해도 거의 눈에 띄지 않던 일반인들이 올들어 아파트형 공장 분양시장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분양물량 가운데 10% 정도가 일반 투자자에게 팔리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에 따라 주택시장에서 빠져 나온 여유자금이 이쪽으로 몰리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에 안양메가밸리를 분양 중인 하이앤드 이만회 부장은 "아파트 투자가 한계에 이르자 은행 이자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아파트형 공장이 주목받고 있다"며 "1백53실로 분양이 거의 끝나가는데 일반인 투자자가 20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아파트형 공장에는 주로 정보기술(IT) 등 첨단산업체들이 들어오는데 서울 도심의 비싼 임대료를 피해 옮겨오는 업체들이 많아 임대 수요는 풍부하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일반투자자가 가세하면서 올들어 급증한 아파트형 공장 분양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아파트형 공장의 경우 완공 후 3∼6개월까지 분양을 끝내면 성공적으로 보는데 요즘은 완공 전에 분양이 끝날 정도다.

경기도 성남 중원구에 올해 말 공사 마무리 예정인 쌍용IT타워는 이달 안으로 분양 완료될 예정이고, 각각 내년 4월과 6월 입주예정인 구로동 6,7차 에이스테크노타워는 최근 분양을 모두 끝냈다.

공장닷컴 성기종 차장은 "수요가 많아지면서 올 들어 분양 물량이 지난해에 비해 40% 늘었다"고 말했다.

아파트형 공장의 고급화도 일반인 투자자들을 유인하고 있다. 호실마다 초고속통신망과 첨단 보안시스템 등을 설치하고 오피스텔 수준의 내부시설을 갖췄다.

근무자 복지시설에도 신경 써 탁아방·골프연습장·스포츠센터 등도 들어서는 추세다.

벽산건설 함종오 과장은 "인터넷·컴퓨터 관련 업종들이 사업하기에 좋은 환경을 갖추면서 이들 업체의 폭넓은 수요를 등에 업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 유의점은 없나=정부는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아파트형 공장을 분양받는 사업주에게 세금면제 등 지원을 하지만 일반 투자자들에겐 이런 혜택이 없다.

분양받는 사업주들은 취득세·등록세를 면제받고 종합토지세와 재산세를 5년간 50% 감면받는다. 분양가의 70%까지 5%대의 낮은 이자로 융자받을 수 있다. 사업주라도 분양받은 뒤 임대하면 세금혜택이 없어진다.

일반투자자는 가능하면 여윳돈으로 분양받아야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평당 분양가가 3백만원 선이기 때문에 80∼1백평을 분양받으려면 2억∼3억원이 필요하다.

이 정도 공간은 제조업체가 들어오기에는 약간 좁고 IT업체로선 넉넉한 편이다.

분양업체들은 층별로 업종을 나눠 분양하는데 어떤 업종인지 눈여겨봐야 한다. 초기에 분양받기보다 분양받는 업체들을 지켜보며 유망한 업종이 들어오는 곳을 골라야 한다. 우림종합건설 김우식 팀장은 "IT업종이 침체에 빠져 있어 임대수요가 없을 수도 있으므로 입지여건과 분양가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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