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핵파문]北 '핵개발 의혹' 나흘째 침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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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한이 핵개발 의혹에 대해 20일 오후까지도 침묵하고 있다.

중앙통신이나 평양방송 등 관영 매체는 물론이고 평양에서 열리고 있는 장관급 회담 테이블에서도 일언반구가 없었다. 지난 17일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북한 핵개발 시인' 발표는 과거 같은 의혹 제기 수준이 아니라 "북한이 이를 인정했다"는 얘기인데도 당사자가 말이 없는 것이다.

이는 첫째, 북 핵개발 파문이 예상보다 엄청나게 번지고 있는데 따른 부담감 때문으로 분석된다.

1994년 10월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의 틀을 뒤흔들 만큼 파장이 큰 데다, 한·미·일은 물론 유럽연합(EU)과 국제기구들까지 나서 한결같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둘째는 북·미간 뉴욕 채널 등을 통해 미국 측의 진의를 좀 더 파악해야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켈리 특사가 북핵과 관련한 은밀한 논의 내용을 어떻게 워싱턴에 전달했는지 아직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켈리 특사가 평양을 다녀간 지 이틀 만에 "대북 적대시 정책을 반영한 오만한 행각(10월 7일·외무성 대변인)"이라고 비난했다.

셋째는 핵 문제를 ▶7·1 경제관리 개선조치▶북·일 정상회담▶신의주 특별 행정부 지정 같은 북측의 일련의 개혁·개방 조치의 연장선상에서 봐야 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란 풀이다. 장관급 회담 같은 남북 관계 변수도 마찬가지다.

넷째는 북한 권력 내부의 사정이다.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은 지난 14일부터 이틀간 동부전선 군부대를 방문했고 16일,17일에는 강원·함남지역 발전소를 돌아봤다.

또 18일에는 북한군 836 부대를 찾는 등 이른바 현지 지도를 계속 중이다. 金위원장의 독특한 통치 스타일로 미뤄 평양 귀환 후에야 대응책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다.

이영종 기자 yj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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