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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은주 뚝… 실내로 슬금슬금 벌레들의 '안방 습격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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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면

수은주가 뚝 떨어졌는데도 벌레들은 여전히 극성이다. 아니, 최근 들어 더욱 설치는 것 같다. 집 바깥에 살던 벌레들이 따뜻한 실내로 슬금슬금 기어 들어오는 때가 요즘이다. 밤마다 모기도 설치고 싱크대 밑에는 바퀴벌레가, 베란다 화분가엔 개미떼가 자주 보이는 것 같다.

국립보건원 이희일 연구사는 "여름과 비교해 모기의 발생 개체수는 3분의1 이하로 줄었지만 모기가 집안으로 들어오면서 모기 체감도는 훨씬 심하다"며 "바퀴벌레나 개미 등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들 벌레는 또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한다. 바퀴벌레는 일본에 원자폭탄이 떨어졌을 때도 유일하게 살아남았다는 생명체다. 물 없이도 1주일 넘게 버티고 물만 있으면 2∼3주나 생존할 수 있다.

개미의 경우 수만마리의 일개미를 척결해도 여왕개미 한마리를 잡지 못하면 계속 재생산된다. 더욱이 여왕개미는 아무거나 먹지 않는다.'보모개미'로 알려진 일개미들이 먹이를 먼저 먹어본 뒤 별 탈이 없어야 안심하고 식사를 한다. 특히 바퀴벌레는 1백종 넘는 병균을 옮긴다는 학설이 최근 제기됐다. 모기처럼 혈액을 통해 직접 병균을 옮기지는 않지만 바퀴벌레의 토사물이나 배설물· 다리털·탈피(脫皮) 등을 통해 식중독·알레르기성 비염 등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개미도 마찬가지다. 목조 건물뿐만 아니라 콘크리트 더미의 아파트에서도 서식하는 애집개미는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곤충학자들은 집안 알레르기의 20%는 개미가 원흉이라고 주장한다.

이들 벌레를 퇴치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전문 방역업체에 의뢰하는 것이다. 집에서 살충제를 뿌리면 잠깐 동안 효과를 볼 수는 있지만 완전히 쫓아내기는 힘들다.

하지만 전문 방역업체는 벌레의 습성에 따라 적절한 방제를 한다. 가령 바퀴벌레 약의 경우 먹은 지 이틀 뒤에 죽도록 성분을 조절했다. 군집생활을 하고, 동료가 죽으면 사체를 뜯어먹는 바퀴벌레의 습성을 이용한 요령이다. 인체에 해가 없는 성분을 사용한다.

손민호 기자

ploveson@

joongang.co.kr

◇수공(水攻)=물이 고인 곳에 벌레들이 있다. 바퀴벌레의 90% 이상이 싱크대 밑에 산다. 물로 공격하는 게 아니라 물을 없애는 것이 묘책(妙策)이다. 애완동물의 물그릇도 밤에는 치우자.

◇뭉쳐야 산다=특히 아파트의 경우 한 집에서만 방역을 할 경우 벌레들이 옆집으로 피난을 떠나 효과가 떨어진다. 뭉쳐야 적을 섬멸할 수 있다. 방역을 할때는 이웃과 공조하자.

◇저녁 설거지를 다음날로 미루지 말라=밤에 설거지 더미를 쌓아두고 잠자리에 드는 것은 개미와 바퀴벌레에 먹이를 산더미로 제공하는 것이다. 정히 설거지가 힘든 상황이라면 물에 세제를 풀어 담가둬라. 세제가 벌레들의 접근을 막는다.

◇아파트 정화조를 자주 청소해라=모기의 경우 원래 실외 동물이다. 바퀴벌레와 개미는 거주지 자체가 집안이지만 모기의 본거지는 주로 집 바깥이다. 특히 물이 있고 따뜻한 곳에서 모기는 알을 낳고 유충을 키운다.

◇한두 번은 실내 온도를 확 낮춰라=벌레들이 좋아하는 온도가 16∼25℃다. 벌레들이 집안에 잠입하는 것도 실외온도가 이보다 더 떨어질 때다.

1970년대만 해도 바퀴벌레는 '돈벌레'로 불려 잘 잡지 않았다.그 시절 한겨울에도 따뜻한 집안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끔은 집안이 벌레들에 아늑한 보금자리가 아닐 수 있다는 걸 '몸서리치게' 깨우쳐 주자.

◇달고 기름진 음식을 줄이자=중국 음식점은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바퀴벌레 천국. 바퀴벌레나 개미들이 기름지고 단 음식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부터 아기를 키우는 집과 식용유를 많이 쓰는 집에 벌레들이 많다고 했다.

◇기타 속설(俗說)들=개미가 있는 집엔 바퀴벌레가 없다는 얘기가 있다. 거주 공간이 비슷한 이 두 종류가 함께 살게 되면 개미가 바퀴벌레를 몰아낸다는 것이다. 바퀴벌레를 쫓기 위해 은행잎을 양파망에 넣어 집안 구석구석에 놔두는 방법도 있다. 개미를 없앨 수 있는 방법으로는 고춧가루를 개미의 주통로에 뿌려놓는 것도 있다.

도움말=세스코 기술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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