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 가문의 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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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 상·하원 의원과 주지사 등을 뽑는 미국의 중간선거(11월 2일)가 석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각 지역 정치 명문가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예비선거에 아버지의 뒤를 잇겠다는 신예 후보들이 대거 나서고 있는 것. 그러나 미국 최대의 정치 명문가는 64년 만에 처음으로 정계에서 그 이름을 찾아볼 수 없게 될 전망이다. 바로 케네디 가문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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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디 가문에서 이번 선거의 가장 유력한 출마 예상자는 조셉 케네디 3세(29)였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동생 로버트 케네디 전 법무장관의 손자인 조셉은 스탠퍼드대와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그는 올해 초만 해도 자신이 검사로 있는 매사추세츠주 반스터블 카운티에서 연방 하원의원에 출마할 것으로 관측됐다. 이 지역은 케네디 가문의 본가가 있는 케이프 코드가 위치한 곳이어서 상징성도 강했다. 그러나 조셉은 새로운 직업에 충실하기 위해 출마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USA투데이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케네디가의 워싱턴 정치무대 등장은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이 1946년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서 승리하면서부터였다. 이후 그는 52년 연방 상원의원에 선출됐고, 60년엔 대통령에 당선됐다. 케네디 전 대통령의 동생인 로버트 케네디는 형의 대통령 취임에 맞춰 법무장관으로 기용됐다. 그러다 형이 텍사스에서 암살된 후인 65년부터는 뉴욕주를 대표하는 연방 상원의원으로 활약했다. 유력한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던 그는 68년 유세 도중 암살돼 형과 똑같은 불행을 겪었다. 로버트 케네디의 동생인 에드워드 케네디는 62년 연방 상원의원(매사추세츠주)으로 의회에 입성했다. 지난해 뇌종양으로 타계할 때까지 47년 동안 ‘상원의 사자’로 불리며 주요 법안 통과에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2008년 대선 때는 케네디가를 대표해 불편한 몸을 이끌고 전당대회장에 나가 버락 오바마 후보를 지지함으로써 그의 당선에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

케네디 대통령 형제들의 명성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그들의 2세 중에도 정치적 비중을 키워가는 인물들이 있었다. 로버트 케네디의 장남 조셉 케네디 2세(58)는 87~99년 매사추세츠주의 연방 하원의원으로 일했다. 그는 삼촌 에드워드 케네디의 사망으로 올 초 실시된 상원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라는 압력을 받았지만, “비영리 자선단체 활동에 헌신하겠다”며 불출마했다. 결혼을 통해 케네디 이름을 가지게 된 에드워드의 두번째 부인 비키도 같은 선택을 했다.

에드워드 케네디의 아들인 패트릭 케네디(43)도 현역 연방 하원의원(로드아일랜드주)이다. 그러나 그 역시 올 2월 일찌감치 11월 중간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버렸다. 패트릭은 불출마 선언 당시 “케네다가의 정치 명맥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현재로선 과거와 같은 영화를 재현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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