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제재 한 달 새 3억 달러 피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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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대이란 경제 제재가 강화되면서 국내 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우리 기업들은 이미 교역 차질로 최근 한 달 새 3억 달러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했다. 게다가 최근 미국이 우리 정부에 이란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의 자산 동결을 포함한 이란 제재 강화를 요청하자 더 불안해하고 있다.

4일 KOTRA에 따르면 지난해 대이란 수출 규모는 지난해 40억 달러며 수입은 57억 달러 정도다. 올 들어서도 6월 말 현재 수출입 합쳐 65억 달러를 넘었다. KOTRA는 경제 제재 조치로 최근 한 달 새 우리 기업이 입은 교역(수출 및 수입) 피해액이 약 3억 달러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문제는 앞으로 제재 강도에 따라 피해가 커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4일 ‘미국의 포괄적 이란 제재법의 내용과 시사점’ 보고서를 내고 “미국의 제재로 대이란 금융거래가 잠정적으로 중단됨에 따라 석유화학·플랜트·건설 부문 등이 타격을 볼 것”이라고 분석했다. 산업별로는 정유·석유화학업체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중기적으로는 건설·플랜트 부문에서 중국에 밀릴 것으로 우려했다.

실제 이란에 제품을 많이 수출하는 철강·화학업체들은 수출대금 결제 등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이란 금융 제재 이후 국내 은행 현지 지점 대신 두바이 등 아랍권 은행 쪽으로 결제 계좌를 바꾸면서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이란 제재가 심화될 경우 이란 은행이 발행한 채권이 휴지 조각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건설업계도 일감을 잃을까 걱정이다. 현재 대림산업·두산중공업 등 3개 건설사가 이란에서 6건(15억 달러 규모)의 공사를 벌이고 있다. 진행 중인 공사는 아직 문제가 없다. 그러나 최근 들어 신규 공사 계약이 깨지는 일이 빚어지고 플랜트·건설사업 수주 활동은 완전히 중단됐다. GS건설은 지난해 10월 이란에서 수주한 1조4000억원 규모의 가스탈황시설 공사 계약이 지난달 깨졌다고 밝혔다. 대림산업 임원은 “진행 중인 공사가 중단되는 일은 없겠지만 앞으로 제재 수위가 높아질 경우 새 사업을 수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현대건설의 경우 올 초 진행 중인 공사가 마무리되면서 이란 테헤란 지사장을 카자흐스탄의 알마티 지사장으로 전보 발령했다. 당분간 이란에서 신규 수주가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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