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희생… 경찰 비웃는'아무나 저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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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워싱턴=이효준 특파원]14일 오후 9시15분(현지시간)쯤 미국 워싱턴시 서쪽 버지니아 페어팩스 카운티에서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무차별 저격사건의 동일범이 자행한 총격으로 47세의 백인 여성 1명이 또 숨졌다. 이로써 희생자는 11명(사망 9명, 중상 2명)으로 늘어났다.

페어팩스 카운티는 워싱턴 일대에서 교민·주재원·학생 등 가장 많은 한국인(약 3만5천명)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특히 이번 총격은 이날 오전 범인 추적에 진전이 있다는 경찰 발표가 나온 직후 벌어졌다는 점에서 '범인이 경찰의 신뢰에 금을 가게 하면서 경찰·언론과 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멈추지 않은 총격=페어팩스 카운티 경찰은 사건 직후 폴스처치 인근 50번 도로 옆 세븐코너 쇼핑센터 내 주차장에서 물건을 손수레에 싣고 가던 린다 프랭클린이 한 발의 총격으로 즉사했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총격 직전 주차장에서 흰색 애스트로 승합차를 보았다"는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라 주요 간선도로를 막고 검문검색을 벌였으나 이 지역이 7개 도로가 만나는 교통의 요충지인 탓에 범인 추적에는 사실상 실패했다. 경찰은 "현장 감식과 사망자에 대한 조사 결과 워싱턴 일대에서 9명을 살해한 저격범이 동일 범죄를 또 저질렀다"고 발표했다.

◇조롱당한 경찰=경찰은 지난 12일 해병대 저격수로 복무했고 흰색 승합차에 캘리버 라이플 저격용 소총을 소지한 한 볼티모어시 거주자를 비롯해 모두 4명의 용의자를 연행해 신문 중이었다. 수사를 주도하고 있는 몽고메리 카운티 경찰당국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수사에 큰 진전이 있으며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또 연휴 마지막날인 이날(콜럼버스데이) 오후까지 추가 범행이 없자 "연휴 기간 중 범행이 없다는 것은 범인이 가족과 정상적 직장을 가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보도들도 나왔다.

CNN방송은 "붐비는 도회 지역에 집중된다는 경찰의 최초 추정이 지난 11일 한적한 스팟실페비아 지역의 총격으로 뒤집어졌고, 휴일에는 총격이 없으며 용의자도 확보했다는 발표마저 이날 충격으로 웃음거리가 됐다"며 "이는 범인이 경찰과 언론을 조롱하려는 의도"라고 보도했다.

◇교민사회도 공포=계속되는 총격으로 버지니아 등 일대 초·중등학교에 다니는 동포 자녀들의 결석이 속출했다. 한국 교민 밀집지역인 페어팩스 카운티는 그동안 워싱턴 일대에서 유일하게 총격 사건이 없었던 지역이라는 점에서 이날 발생한 11번째 총격으로 교민들도 심한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14일 밤과 15일 오전 이 일대 한국인 가정에는 국내 가족·친지들의 문의전화가 쇄도했다.

joon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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