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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트리오 무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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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안트리오의 무대가 화제를 모으는 것은 직접 디자인한 의상이 주는 톡톡 튀는 맛 때문만은 아니다. 패션 감각이나 팝·록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거침없는 무대 매너 못지 않게 그들이 연주하는 음악도 신선하고 젊기 때문이다.

'안 플러그드'에 이은 새 앨범'그루브박스'(EMI)의 출시에 맞춰 12일 서울 호암아트홀 무대에 선 이들 세 자매는 현재 활동 중인 작곡가의 음악만으로 레퍼토리를 꾸몄다.

신작이나 최근작을 연주하는 것은 록이나 팝 아티스트에겐 당연한 얘기지만 클래식 연주자에겐 일종의 모험이다.

이들의 음악관도 매우 참신하다. 영화음악이나 록음악을'20세기의 클래식'으로 본다. 사실 미칼 라타의 편곡으로 들려준 도어스의'라이더스 온 더 스톰'이라면 굳이 크로스오버라고 할 필요가 없다. 편곡을 넘어 재창조의 차원에 접근해 있기 때문이다. 또 도어스의 원곡에 흐르는 화성 진행은 얼마나 인상적인가.

마이클 니만의'노란색 해변',모리스 자르의'엔가디너 모음곡'등은 영화음악으로 널리 알려진 작곡자의 이름 때문에 당분간 널리 연주되겠지만 단편적인 에피소드나 장면을 엮어놓은 것 같은 느낌을 줄 뿐 치밀한 작품 구성 면에서는 다소 미흡했다. 음반으로 다시 듣고 싶었던 곡은 켄지 번치의'나이트 시프트'였다. 뉴욕의 밤거리를 차를 몰고 배회하면서 로드 무비를 촬영하듯 다채로운 풍경을 세밀하게 그려냈다. 도회적 감수성이 빛나는 곡이었다.

이들 작품이 빛날 수 있었던 것은 안트리오 특유의 섬세한 앙상블 때문이다.각자의 연주 기량도 탁월하지만 한 순간도 긴장감을 잃지 않으면서 감동으로 이끄는 호흡이야말로 실내악을 듣는 즐거움이 아닐까.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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