地自制 11년 나아진게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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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된 지 11년. 지방의 생활·경제·문화적 여건은 그동안 얼마나 나아졌을까. "아직 멀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중앙일보는 지난해 '지방을 살리자'라는 시리즈를 통해 피폐한 지방의 각종 여건들을 집중 점검했다. 1년이 흐른 지금, 지방의 사정이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는 지방의 현주소를 다시 한번 짚어보고 더 구체적인 실천 대안을 모색하는 시리즈를 연재한다.

전문가들과 자치단체장들은 이 제도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행정권한·재정권한·인재확보의 세 가지가 충족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행정권한의 경우 '지방자치'가 아니라 여전히 '중앙예속'이다. 1999년 발족한 지방이양추진위는 그동안 1만2천여 중앙 사무 가운데 0.9%인 1백11개만 지방에 넘기는 데 성공했다.

중앙정부가 국세 가운데 지자체에 건네주는 지원금(지방교부세)의 비율이 13.27%에서 15%로 상향 조정됐지만, 재정자립도는 96년도 평균 62.2%에서 올해엔 54.6%로 뒷걸음질쳤다. 인구의 수도권 집중도 더욱 심화돼 2001년 기준 인구집중률이 47%다. 영국(12%)·프랑스(19%)는 물론 일본(32%)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전북대 신환철(행정학)교수는 "지역발전의 견인차가 돼야 할 자치제도가 결과적으로 '무늬만 지방자치'로 전락하면서 지방공동화만 가속화했다"고 말한다.

이런 가운데 지방화와 지방자치의 중심축이 돼야 할 광역시의 경제가 수렁에 빠져 오히려 지역 발전의 부담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 특별취재팀이 14일 청와대 지역균형개발기획단에서 입수한 지역별·연도별 경제지표 15개 시·도 순위는 피폐한 지방의 경제적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2000년 대구의 1인당 지역총생산(GRDP)은 5천9백42달러로 93년 이래 줄곧 전국 최하위였다. 전국 평균(9천4백19달러)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부산은 7천42달러로 14위, 대전 7천1백49달러로 13위, 광주 7천2백72달러로 12위다. 광역시의 1인당 지역총생산이 서울·경기는 물론이고 일반 도지역보다 뒤처져 전국 최하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한림대 성경륭 교수는 "로컬이 글로벌의 기반인 만큼 수도권 집중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나라의 틀을 전면적으로 새로 짜는 국가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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