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미국 증시 거의 바닥 왔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미국 증시는 요즘 거의 '바닥을 친'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제경제연구원(IIE)의 프레드 버그스텐 원장은 11일 세계경제연구원과 한국무역협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조찬강연회에서 뉴욕증시의 다우지수가 5년 만의 최저를 기록하는 등 주요 지수들이 폭락하고 있지만 미국 경제는 더블딥 없는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버그스텐은 현재 미국 경제에 세가지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있다고 전제했다. 첫째는 주식시장의 퇴조, 둘째는 기업회계부정 스캔들, 셋째로는 이라크전의 가능성을 꼽았다.

주식시장의 침체에 대해 그는 "주가가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1990년대 말 형성된 버블이 제거되는 과정"이라며 "현 시점이 거의 미 증시의 바닥인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증시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올들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매분기 3∼5%씩 증가하는 등 실물경제가 꾸준히 성장했다며 주가 하락이 미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버그스텐은 또 기업회계부정 스캔들에 대해서도 미국 정부가 신속히 대책을 마련해 오히려 미국 경제의 강한 회복능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그는 이라크전이 발발하더라도 미국 측이 이미 충분한 준비를 한 만큼 역시 앞으로의 경기 향방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평소 "달러화의 지나친 고평가를 바로잡는 것은 과도하게 오른 미국 주가를 바로잡는 일만큼 중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해 왔던 버그스텐은 이날 강연회에서도 달러화의 가치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90년대 이후 지속적인 성장세에 힘입어 달러화가 고평가됐다"며 "이를 시정하기 위해선 대략 10∼20% 정도는 달러값이 절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버그스텐은 종전에는 유로화나 엔화와 같은 세계 주요 통화에 대해서만 환율 조정을 해왔지만 앞으로는 여타 나라들의 통화와도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현재 미국의 제1, 2위의 교역국인 캐나다와 멕시코, 그리고 미국의 주요 무역국으로 떠오른 중국과 한국 등이 환율조정 대상국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버그스텐은 이와 관련, 한국도 이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가영 기자

ideal@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