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 축출' 꼭 해야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워싱턴=김진 특파원]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공격 불가피론을 공언하고 있지만 비판론도 만만치 않다.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7일 전쟁의 예상 상황과 향후 중동정세, 미국의 향후 실익 등에 관해 여덟 가지 의문점을 제기했다.

◇선제공격이 최선인가=냉전 시절 미국은 선제공격을 받으면 대량보복 공격을 한다는 '보복론'으로 전쟁을 억제해 왔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 내 다수는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에게는 이런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부시 전 대통령 암살까지 기도했던 후세인은 자살공격도 마다 않는 테러리스트에게 대량살상무기를 넘길 준비가 돼 있으며,이런 테러리스트에게 사후보복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반면 미국 내 일부 분석가들은 엄격하고 지속적인 무기사찰로도 이라크를 통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후세인 축출해야 하나=축출론자들은 사찰단이 아무리 이라크의 무기를 없애도 후세인은 이들이 철수하면 곧바로 생산을 재개할 것이 분명해 정권교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 같은 소수파들은 후세인이 생존하려면 무장을 해제해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어 축출만이 유일한 방법은 아니라고 본다.

◇이라크군 충성할까=일부 예비역 장성들은 "후세인의 직속부대인 공화국 수비대에서조차 탈영자가 나오고 있다"며 전쟁이 시작되면 이라크군이 분열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다른 군 장성들은 정예 이라크군이 바그다드에서 치열한 시가전을 전개하며 격렬히 저항, 엄청난 미군 사상자가 발생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예상한다.

◇이라크, 중동 불씨로 남나=미국이 승리해도 민주정부 수립에 이은 빠른 수습이 이뤄지지 못하면 이라크는 계속 중동의 불씨로 남을 수 있다.

비관론자들은 후세인 정권 붕괴 후 북부 쿠르드족·남부 시아파 등이 봉기해 이라크가 쪼개지면서 인접국인 요르단·이란·사우디아라비아의 내정에까지 영향을 미쳐 중동 안정을 해칠 것을 걱정한다. 이 경우 미군은 장기간 주둔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미국 무엇을 얻나=중동 전문가들은 "전쟁은 이슬람권의 반미 감정을 촉발시켜 무수한 알 카에다 지원자를 만들 것"이라고 우려한다. 또 미국만 공격에 나서면 지금까지 미국이 구축해 놓은 전 세계적 협조체제가 무너질 가능성도 크다고 본다.

이밖에 워싱턴포스트는 ▶후세인 정권과 알 카에다의 연관 여부▶이라크 국민의 반미 감정▶전쟁이 미국의 대테러전에 미칠 파장 등에 관한 의문점도 제기했다.

신문은 "후세인 정권을 통제하기 위해 최소한의 희생으로 전쟁을 치르더라도 미국이 더 안전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라고 결론지었다.

jinj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