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남북 키다리 대결 서장훈 '한수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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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하늘이 열린 날'을 축하라도 하듯 남북의 농구스타들이 총출동해 슛 잔치를 벌였다. 1993년 상하이 동아시아경기대회 이후 9년 만에 이뤄진 양 대표팀의 대결에서는 한국이 예상대로 1백1-85로 낙승를 거뒀다.

금정체육관에는 아시안게임이 시작한 이래 최대의 관중이 몰려 4천석을 꽉 채웠다. 계단까지 늘어선 농구 팬들은 한반도기와 태극기를 들고 서장훈(22득점·14리바운드)·문경은(28득점) 등 한국의 간판스타들과 이명훈(2m35㎝·14득점)·박천종(1m88㎝·30득점) 등 북한 스타들의 묘기에 환호했다.

초반부터 압도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한국은 전반을 48-46으로 간신히 앞섰다.

그러나 한국은 3쿼터 시작하자마자 방성윤(7점)의 3점슛으로 포문을 연 뒤 김주성과 서장훈·문경은이 번갈아가며 골망을 흔들어 스코어를 65-48로 벌리면서 승부를 결정지었다.

이명훈과 서장훈(2m7㎝), 두 장신 센터의 첫 대결은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였다.

이명훈은 1쿼터 중반 서장훈을 앞에 두고 점프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훅슛과 뱅크슛을 선보였고, 서장훈은 원핸드 덩크와 투핸드 덩크를 한번씩 꽂아넣어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냈다.

99년 이명훈과 함께 통일농구대회에 참가해 '북한의 마이클 조던'이라는 애칭까지 얻은 박천종(1m88㎝)도 서른셋의 나이에도 화려한 기술과 슛 감각을 과시하며 최고득점자가 됐다.

북한 선수들은 경기를 마치고 다시 코트에 나와 관중석을 향해 두 손을 흔들었고 관중은 퇴장하는 선수들에게 기립박수를 보냈다.

한편 허재(37·TG엑써스 플레잉코치)가 이날 금정체육관을 찾아 이명훈(35)에게 농구화 두 켤레를 선물했다.

허재는 "명훈이에게 맞는 신발(37.5㎝)을 시중에서는 구할 수 없어 특별히 주문해 구했다"고 했다. 이명훈은 "발을 다쳐 깁스를 했다는데 다리는 어떠하냐"며 안부를 묻기도 했다.

부산=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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