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용 초단의 '한국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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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제2보

(28~53)=흑⊙로 네번이나 밀고 흑로 달려간 수순은 놀랍기만 하다. 실리적인 안목에서만 본다면 백의 실리는 매우 큰 데 반해 흑은 '허공'을 붙들고 있다. 무모하고도 무모하다.

그러나 다시 한번 눈을 씻고 살피면 흑가 가슴을 서늘하게 하는 전국적인 요소임을 절감케 된다. 흑은 이제 우변뿐 아니라 A, B, C 등 어느 곳을 두어도 모양을 크게 키울 수 있다.

현재는 무일푼이지만 가능성만큼은 무한하다. 18세 젊은이다운 멋진 상상력이다.

일단 28로 걸쳐 창하오9단은 우변 견제에 나섰다. 29는 당연한 협공이고 30, 32도 중앙 흑세를 의식한 예정된 행마.

이때 최원용초단은 33~37로 나왔는데 '한국류'의 냄새를 물씬 풍기는 실전적인 수법이다.'참고도'처럼 흑1로 지키면 13까지의 바꿔치기가 예상되는데 흑모양이 일방가의 형태인데다 백이 편해서 재미가 없다.

그보다는 귀를 확보하며 공격하는 것이 백을 어렵게 하는 이익이 많은 장사라 할 수 있다.

38로 잡자 39. 이 한수에 창하오9단은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D로 받을 수는 없다. 그냥 달아나는 것도 당한 꼴이다.

그래서 40, 42의 희생타를 던져 48을 얻어냈는데 최원용은 귀를 돌보지 않은 채 49로 끊어 또다시 강수로 나온다. 이젠 창하오9단도 참을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그는 귀를 노려보며 장고에 접어들었다.

박치문 전문기자

dar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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